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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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털 이불을 말리다
시인 유숙희
바람 좋은 맑은 날
겨우내 눅눅해진
이불을
빨랫줄에 널다
이불에 스며드는
푸른 하늘빛 바람 한 줌
어느새 오리털 속으로
스며든다
하늘을 덮을 듯
펄럭이는
이불의 춤사위
칸칸이 살아나는
잠자던 오리털
뭉게뭉게 피어 올라
내 마음도 이불 따라
두둥실 하늘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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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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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은 천상 한국의 어머니다.
바느질을 한다. 그 틈새, 고운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시를 쓴다.
유숙희의 시 '오리털 이불을 말리다'는 일상적 행위를 통해 삶의 소중함과 자연과의 교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바느질이라는 일상적인 작업 속에서 고운 마음을 담아 시를 쓰는 모습이 시인의 삶의 철학을 잘 드러낸다. 이는 그녀의 작품 미의식이 단순한 현실 묘사를 넘어 일상에서 발견하는 따뜻함과 평화,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함을 보여준다.
이 시는 겨우내 눅눅해진 이불을 바람 좋은 날에 널며 시작된다. 눅눅했던 이불은 푸른 하늘빛과 바람을 받아 생기를 되찾고, 춤사위를 펄럭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는 단순히 이불을 말리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과 그것이 인간의 삶에 주는 활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푸른 하늘빛 바람 한 줌”과 “뭉게뭉게 피어 올라”라는 표현은 독자의 마음속에 생생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이불이 마르며 되찾는 생동감이 곧 시인의 마음과 연결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느낌을 준다.
시인은 사소한 행위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칸칸이 살아나는 잠자던 오리털”이라는 표현은 눌려 있던 존재가 본래의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인간 삶의 회복과 희망을 상징한다. 또한, 이불과 하늘의 연결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읽힌다.
유숙희 시인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도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물한다. 그녀의 시 세계는 단순히 자연을 관조하는 것을 넘어, 자연 속에서 인간 삶의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정교한 언어로 엮어내는 데 있다. 이는 그녀가 바느질 속에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는 모습과 겹쳐지며,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고자 하는 철학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적 미의식이 돋보이며, 독자에게 작은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선물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