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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한 잔 ㅡ 안혜초 시인

김왕식








쓸쓸함 한 잔




시인 안혜초





쓸쓸함 한 잔
드실까요

초가을 맑으나 맑은
말씀으로
고여서 오는

초가을 높으나 높은
하늘빛깔의
머언
그리움

한 숟갈 넣어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안혜초 시인의 시 '쓸쓸함 한 잔'은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을 담아내며, 작가의 삶과 가치 철학, 그리고 작품에 대한 미적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는 초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깃든 고요한 쓸쓸함과 그리움을 한 잔의 음료로 비유하며, 일상 속에서 만나는 감정을 섬세히 표현한다.

작가는 시를 통해 단순히 쓸쓸함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그 쓸쓸함이 갖는 맑음과 고요함의 본질을 탐구한다. '초가을 맑으나 맑은 말씀'이라는 구절에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내적 교감이 언어로 맺어지는 순간을 강조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투명한 감정을 시어로 담아낸다.
이는 안혜초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발견되는 본질적 가치를 중시함을 보여준다.

또한, '초가을 높으나 높은 하늘빛깔의 먼 그리움'이라는 구절은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초월적이고 추상적인 감정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높고도 먼 하늘빛깔은 인간이 느끼는 무한한 그리움과 닮아 있으며, 이는 작가가 삶 속에서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의 초월적 연속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쓸쓸함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하는 긍정적 요소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미적 의식이 뚜렷하다.

마지막으로 '한 숟갈 넣어서'라는 표현은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며, 쓸쓸함을 주제로 한 이 시가 단순히 감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더하도록 여지를 준다. 이는 작가가 시의 창작에서 독자의 참여와 교감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안혜초 시인의 이 시는 삶의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깊은 철학적 태도와 더불어, 감정을 섬세하고 투명하게 표현하는 미적 의식을 보여준다.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맑고 투명한 초가을의 자연과 어우러져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채우는 존재로 승화된 점이 인상적이다. 시는 단순함 속에서 깊이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자기 내면의 고요함을 돌아보게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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