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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江가에 서서 ㅡ 시인 서재용

김왕식








겨울 江가에 서서




시인 서재용





힘들고 서러운 날에는
겨울강으로 가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아요

그래도 서러우면
어린 새의 깃털처럼
부드러운 갈대옆에 기대어
살포시 눈을 감고
구도자의 길을 찾아요

망망대해 푸른 바다를 지나
고향 포구로 돌아온
작은 배 한 척
사방엔 저녁 어둠이 내리고
당신은 고향포구에 첫눈
내리는 꿈을 꾼 것을
알아차릴 거예요

이제 이슬처럼 영롱한
별들을 바라보며
포근한 집으로 가요
저녁에는 어머니가
고향 바다에서 수북이
건져 올린 미역국을
보글보글 끓여 주실 거예요

오늘밤 어머니의 사랑이
당신의 눈물을 씻어줄 거예요
어찌 흔들리는 것이
여자 눈물과
갈대뿐이겠습니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재용 시인의 작품은 자연과 삶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는 시적 사유의 깊이를 지닌다.
'겨울 江가에 서서'는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섬세한 표현을 통해 고통과 서러움을 치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따뜻한 철학이 녹아 있다. 자연과 어머니의 사랑을 매개로 삶의 근원적 평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첫 연에서는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을 통해 마음의 고요함을 상징하며,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을 노래한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갈대 옆에 기대어 눈을 감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으로 들어가 진정한 구도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갈대라는 상징은 흔들리지만 견고한 생명력을 드러내며 삶의 본질적 흔들림을 은유한다.

중반부에서는 고향 포구로 돌아온 작은 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삶의 여정을 끝내고 평안한 안식처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특히 "첫눈 내리는 꿈"이라는 표현은 어린 시절의 순수와 따뜻한 기억을 환기시키며 독자로 삶의 본질적 행복을 되새기게 한다.

후반부에서 별빛과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시인의 따뜻한 가족애와 자연의 위로가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마음의 온기를 전한다.
특히, "어머니의 미역국"이라는 소재는 현실적이고 따뜻한 사랑의 상징으로,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지막 구절인 "흔들리는 것이 여자 눈물과 갈대뿐이겠습니까?"라는 질문은 흔들림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성찰하게 만든다.

서재용 시인의 시세계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자 내면의 거울로 삼는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연대와 섬세한 미적 감각을 담고 있다. 시인은 흔들리는 인간의 삶을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위로하며,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그의 작품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과 위안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전해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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