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들

김왕식








잃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들






사람은 모두 잃는다.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를, 무언가를, 어느 계절을,
말없이 떠나는 뒷모습 하나를.
그러나 잃어본 사람만이 안다.
남겨진 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조용한 싸움인지.

누군가 사라진 자리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남는다.
문틈에 스며 있는 말투,
식탁 위에 가만 놓인 그릇의 방향,
한밤중 냉장고 문을 여는 손버릇까지.
떠난 이는 없지만,
그의 흔적은 수천 개의 조각이 되어
하루를 뚫고 나온다.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마음은 알고 있다.
같이 걷던 골목을 지나칠 때
그 이름이 입술까지 차오르고,
예전에 듣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손끝이 잠시 멈춘다.
시간은 앞으로 가지만,
그 사람은 자꾸 거꾸로 피어난다.

잃어본 사람만이 안다.
침묵이 때론 말보다 아프다는 걸.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기억과 함께 있는 일이라는 걸.
그 기억은 목소리도 없고 표정도 없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사람은 늘 잊는다고 말하지만,
진짜 잊는 건 없다.
그저 익숙해지는 것이다.
함께 없는 일에 익숙해지고,
그리움을 접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그 사람 없이 살아가는 법을
억지로 외워내는 것이다.

때때로,
그 사람이 아직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무심코 문을 열고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잃어본 사람은
마음 안에 무연히 머무는 빈자리 하나를
평생 놓지 못한다.

그 빈자리가
사람을 깊어지게 만든다.
상실은,
모든 감정의 뿌리를 적시는 비다.
사랑도, 용서도, 다정함도
사라진 이의 이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잃어본 사람은 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 것이라는 걸.
그 자리에 오래도록 마음을 두는 일이
결국 사람이 된다는 것임을.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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