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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두 번, 사람 한 번 더 믿게 되었다

김왕식







눈물 두 번,

사람 한 번 더 믿게 되었다





청람 김왕식





오늘,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목소리는 갈라졌고, 말끝은 자꾸만 끊겼다.
짐을 내리는 순간
무게중심이 쏠렸는지
짐이 떨어졌다.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한순간이
친구의 오늘 하루를 무너뜨렸다.
아니, 어쩌면 이번 달을,
그보다 더한 시간을 송두리째 흔들었을지 모른다.

이 친구,
하루하루 일감을 붙잡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말이 트럭운전이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걸 매일 가슴에 이고 다니는 삶이다.
무거운 짐보다 더 무거운 게 책임이라는 걸
나는 이 친구를 통해 배워왔다.
그 친구가 오늘, 무너졌다.
말을 하다가 말고,
“죽고 싶다”는 말이
혀끝까지 와 있었던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내 숨도 멈춘 듯했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절망적인 사람처럼
친구는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아주 작게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은 사람 소리가 아니라
짐이 쏟아질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쾅— 하고 마음 한가운데 내려앉았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안
지인이 뜻밖의 전화를 걸어왔다.
아무 말 없이 계좌로 송금했다.
“친구랑 밥 한 끼 해. 소주도 한 잔 하고.”
그 한마디.

나는 그 자리에서
가슴으로 울었다.
하나는 친구가 흘린 눈물을 대신해서,
하나는 그 지인의 ‘말 없는 의리’ 앞에서.
사람은 이렇게
눈물로 이어지는가 보다.

살다 보면
세상에 두려운 것도 많고
밉고 힘든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을
살게 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무너진 친구로 인해
내 마음이 찢어졌고
그 마음을 보듬어준 또 다른 친구 덕에
나는 이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다시 믿게 되었다.

눈물 두 번,
그 사이에 사람 하나.
나는 오늘
이 세상
살만하다고 느꼈다.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프고 다급한 친구의 하루도,
조용한 손길로 건넨 밥값도.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순간을
내 마음 어딘가에 오래 묻어두고 싶다.

이제 친구와
소주 한 잔 할 것이다.
그게 세상 어떤 위로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을
나는 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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