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속 미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래된 사진 속 미소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빛이 바래 군데군데 누렇게 변색된 흑백사진이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어색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얼굴에는 굳은 듯한 표정이지만, 자세히 보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웃음이 아니라, 웃어야 했던 시절의 기록이었다.

사진관에서 찍던 시절은 늘 긴장감이 감돌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눈 깜빡이지 마세요.” 사진사는 주문을 외듯 말했고, 우리는 억지로 눈을 크게 뜨고 굳은 미소를 지어야 했다. 그 웃음은 진짜 웃음이라기보다, 필름에 남겨야 하는 형식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보면, 그 형식적인 웃음조차 마음을 울린다. 어색하게 지은 웃음 속에 그 시절의 고단함과 간절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젊은 날 사진을 보면 그렇다. 시장에 나가 하루 종일 장사를 마친 뒤, 빌려 입은 한복 차림으로 사진관에 서 계신 모습. 표정은 피곤했지만, 입꼬리 끝이 아주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 의지에 가까웠다. 웃어야만 가족을 지탱할 수 있었던 삶. 사진 속 미소는 그 의지를 담고 있다.

요즘은 다르다. 휴대폰 카메라로 언제든 사진을 찍는다. 길거리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밥을 먹다 말고도 찍는다. 그래서 사진 속 웃음은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래된 사진에서 느껴지는 무게만큼 깊은 울림은 없다. 디지털의 웃음은 가볍게 저장되고, 쉽게 삭제된다. 반면 오래된 사진 속 미소는 지워지지 않는 세월의 흔적이다.

사진은 늘 웃음을 요구하지만, 웃음을 남긴다고 해서 그 삶이 늘 웃음뿐이었던 것은 아니다. 울고, 화내고, 쓰러지던 순간들은 사진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그 부재가 사진 속 미소를 더 깊게 만든다. 남겨지지 못한 눈물까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세상은 변해도, 미소 하나가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그 어색한 미소 속에 가족을 위한 책임이 있었고, 친구와 나누던 온기가 있었으며,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 흔적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고 있다.

삶은 긴 영화와도 같다. 그러나 남는 건 몇 장의 사진뿐이다. 화려한 장면보다, 어색하게 웃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된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삶은 잘 찍힌 사진보다, 오래된 사진 속 어설픈 미소에서 더 깊게 빛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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