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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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사랑이다
아픔은 인간을 가르는 칼날이 아니라, 인간을 잇는 다리다.
우리는 흔히 고통을 피해야 할 적으로 여기지만, 아픔 속에는 이미 사랑의 기원이 숨어 있다. 누군가를 잃고 가슴이 저미는 순간, 그 깊은 통증은 사랑이 없었다면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감정이다. 상처가 크다는 것은 곧 그만큼 크게 사랑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아픔은 사랑이 남긴 그림자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듯, 진실한 사랑일수록 그 이별과 결핍은 날카롭게 다가온다.
그 어둠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빛이 가까이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눈물은 고통의 징표가 아니라, 사랑의 증언이다. 눈물이 마를수록 마음은 단단해지고, 아픔이 깊을수록 사랑은 더 투명해진다.
아픔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고통은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 듯 보이지만, 실은 타인의 상처에 귀 기울이게 한다. 자기 안에 아픔을 지닌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알아보고 품을 수 있다.
하여
아픔은 사랑의 언어이자, 사랑을 가르치는 교과서다. 병든 이를 간호하는 손길, 상처 입은 이를 껴안는 포옹, 그것은 모두 아픔에서 배운 사랑의 몸짓이다.
아픔은 삶을 깎아내지 않고, 외려 결을 만든다. 매끈한 돌에는 손이 오래 머물지 않지만, 균열이 있는 돌은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사람도 그렇다. 상처 하나 없는 얼굴보다, 아픔의 주름이 스며든 얼굴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사랑은 바로 그 균열 속에서 빛난다. 아픔을 겪은 사람의 미소가 더 따뜻한 이유는, 그 미소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견뎌낸 시간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아픔은 시간을 머무르게 한다. 행복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아픔은 길게 머문다. 그 머묾 속에서 사랑은 발효된다. 상처는 곧장 치유되지 않지만, 기다림 속에서 서서히 향기를 낸다. 오래된 포도주가 깊은 맛을 품듯, 오래된 아픔은 깊은 사랑으로 변모한다. 결국 아픔은 사랑이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아픔은 사랑이다.”
인간 존재의 진실을 담는다. 아픔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사랑을 원하는 것도 인간의 본능이다. 그 둘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 없다면 아픔도 없다. 아픔이 없다면 사랑의 무게도 모른다.
아픔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사랑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다.
우리는 아픔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통해 아픔을 견딘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더 깊어지고, 조금 더 넓어진다. 결국 인간의 삶이 향기로운 이유는, 아픔과 사랑이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이루기 때문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