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오르막, 올 때 내리막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갈 때 오르막, 올 때 내리막






길은 묵묵하다.

갈 때는 오르막이고, 올 때는 내리막이다.

그 단순한 사실이 삶의 구조와 닮아 있다. 오르막은 숨이 가쁘고, 다리는 무겁다. 발바닥에 땀이 배고, 눈은 오직 위쪽만 향한다. 오르막은 앞만 보게 한다. 돌부리가 걸려도, 풀잎이 흔들려도, 눈길은 위를 향해 고정된다. 사람의 몸은 힘겨움 속에서 오직 오르는 행위에 매달린다.

내리막은 다르다.

몸이 풀리고 숨이 고른다. 오르던 길이 그대로인데, 내려가는 길은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발걸음은 가볍고, 눈은 넓어진다. 오르막에서는 보지 못했던 들꽃이 눈에 들어오고, 바람 소리가 귀에 닿는다. 같은 길인데, 길은 달라진 듯하다. 길이 변한 것이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바뀐 것이다.

삶도 그렇다.

젊은 날은 오르막이다. 몸은 힘들고 마음은 불안하다. 앞만 보고 달리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내리막을 만난다. 삶이 내리막에 접어들면, 젊은 날 보지 못한 풍경이 보인다. 그제야 들꽃이 보이고, 바람이 들린다. 늙음이 내리막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다른 풍경의 발견이다.

길은 늘 오르막과 내리막을 품고 있다. 오르막이 없으면 내리막도 없다.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의 안도가 있고, 내리막이 있어야 오르막의 고단함이 의미를 갖는다. 길은 침묵 속에 이치를 품고 있다. 사람은 그 길을 걸으며 비로소 깨닫는다.

오르막에서 사람은 세상을 원망한다.

왜 이렇게 힘든가 묻는다. 그러나 내리막에 들어서면, 그 힘듦이 내리막의 가벼움을 가능케 했음을 알게 된다. 땀이 있어야 바람이 시원하고, 고단함이 있어야 평안이 값지다. 길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삶의 질서가 숨어 있다.

내리막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리막은 방심을 부른다. 발을 잘못 디디면 더 크게 구른다. 오르막은 버겁지만 발은 단단하다. 내리막은 쉬우나 위험하다. 삶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찾아오며 사람을 단련한다.

길은 침묵한다.

길은 사람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가,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는가?”


삶은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르막은 내리막을 준비하고, 내리막은 다시 오르막을 예비한다.

갈 때 오르막이, 올 때 내리막이다.

그 단순한 진실 속에 인생의 무게와 가벼움, 고단함과 평안이 함께 들어 있다. 길을 걷는 일은 곧 삶을 사는 일이다.

길 위에서 사람은 자신을 배우고,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길은 삶을 닮았고, 삶은 길을 닮았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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