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다를 바라보며

익명의 초등학생




갈매기는 짙은 눈썹 같고
바다는 깊은 마음 같고

산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포근히 안아주는 품 같고

물고기들은 오가며
우리 마음을 스쳐가는 사랑 같고,

모래는 밟을 때마다
좀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해는 언제나 밝게 웃어주는
엄마 같다.





바다를 바라보며
― 익명의 초등학생 시를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작품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바다를 바라보며 쓴 시라 한다. 시는 단순한 동심의 기록을 훌쩍 넘어선다. 몇 줄 안 되는 시 속에는 맑은 감정과 섬세한 관찰, 그리고 꾸밈없는 순백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삶을 잇는 통로로 확장해 나가는 상상력은 어린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빛깔이다.

첫 구절 “갈매기는 짙은 눈썹 같고 / 바다는 깊은 마음 같고”는 발상의 자유로움을 잘 드러낸다. 갈매기를 눈썹에 빗대어 본 시선은 참신하고, 바다를 단순히 크다거나 넓다고 하지 않고 ‘깊은 마음’으로 연결한 발상은 본질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어린 마음의 힘을 보여준다. 이미 자연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읽어내는 직관이 살아 있다.

“산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 포근히 안아주는 품 같고”라는 구절은 이 시의 정서를 지탱하는 중심이다. 산의 이미지를 단순한 풍경으로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연결시킨 점이 돋보인다. 특히 ‘돌아가신 할머니’라는 표현은 어린 마음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기억을 그대로 옮겨 놓으며, 읽는 이에게도 애틋한 울림을 준다.

또한 “물고기들은 오가며 / 우리 마음을 스쳐가는 사랑 같고”라는 대목은 아이의 맑은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물고기의 움직임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람들 마음속에 오가는 사랑의 흐름으로 바꿔낸 발상은 순수하면서도 따뜻하다. 작은 생명의 움직임을 삶의 정서와 연결하는 힘은 이 어린이만의 눈빛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래는 밟을 때마다 / 좀소리처럼 울려 퍼지고”라는 표현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부분은 모래의 색이나 질감을 떠올리지만, 이 학생은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것을 ‘좀소리’에 견주어 표현했다. 아주 사소한 소리를 붙잡아내어 언어로 옮긴 예민한 감각이 놀랍다.

마지막으로 “해는 언제나 밝게 웃어주는 / 엄마 같다”라는 구절은 시 전체를 따뜻하게 감싼다. 해를 단순한 빛이나 천체로 보지 않고, 언제나 곁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엄마의 모습과 겹쳐 본 것이다. 시는 결국 가족과 사랑의 울타리 안으로 돌아오며, 어린이 마음속 세계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작품이 초등학교 1학년의 손에서 나왔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짧은 언어 안에서 삶과 자연을 잇는 비유, 그리고 그리움과 사랑이 겹쳐 있는 정서의 깊이는 이미 한 문필가의 자질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 아이의 가능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지금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마음이다.

어른들이 시를 가르친답시고 인위적인 기교를 덧씌워 동심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는 무엇보다 마음의 언어이며, 어린이의 눈빛은 그 자체로 온전하다.

이 시는 작은 글이지만, 그 안에 동심이 지닌 문학의 순수성과 무한한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다. 바다를 바라보던 어린 눈길은 이미 세계를 새롭게 읽어내는 힘을 보여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오래도록 기억될 가치가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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