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9. 2023
텃밭에
심은 고구마를 캔다.
듬성듬성
캔다.
할머니가
캐고 지난 간 자리
고구마가
제법
나온다.
"할머니,
고구마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왜
모두
캐지 않으시고?"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한 말씀
하신다.
"짐승들도
먹어야 혀"
ㅡ
가을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아름다운 수확의 계절이다.
이때의 농사는
노동의 결실을 확인하는 값진 시간이다.
허나
가을 농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풍성한 수확 속에 숨겨진
인간적 배려에서 나온다.
고구마를 캘 때,
모든 것을 캐내지 않는 행동은
짐승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표현이다.
고구마를
캐는 일은
단순한 농사일을 넘어,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모두 캐지 않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의 수확이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수확한 후
먹을 것이 없는 짐승들에게도
따뜻함을 전달한다.
이는
무심코 일어나는 일이 아닌,
고의적인 선택이다.
남겨진 고구마 한 줌이
무심한 세상에
따스함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이런 행동을 통해
인간의 냄새가 느껴진다.
순수한 노동의
결실을 넘어,
인간적인 배려와
상생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이 간단한 행동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배려는
간단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가을의 풍성함이 주는
만족감을 넘어,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마음은 사회적 연대의 시작이다.
이 작은 행동에서
우리는 공동체의 중요성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고구마를
캘 때의
이러한 간단하지만
의미 깊은 배려는
인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을의 아름다운
행위다.
ㅡ
추석
맞이해
할머니의
묘소를 찾았다.
탁주
한 잔
올려드렸다.
할머니의
생전을
추억했다.
할머니는
유난히
사람 냄새를
풍기셨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