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3. 2023

내 도시락 반찬은 김치와 콩자반

나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모두 빨간책이었다




시골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을 싸간다.



내 도시락 반찬은

김치와

콩자반이다.


잘 사는 아이는 달걀 부침이나

소시지 볶음이다.


석탄난로 위에 겹겹이

쌓아다.


맨 밑에 있는 것은

다 타서

시커멓게 되었







시골의 초등학교,

그곳에서의

추억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살아있다.


등굣길은

아침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는

경사진 길모습으로,


가을바람이 가볍게

얼굴에 부딪혔다.


나는 매일 10여 리 길을

아침 도시락을 손에 들고

그 길을 걸었다.


그 도시락 속의

내 반찬은

 김치와 콩자반이었다.


김칫국물이 흘러

교과서를 시뻘겋게 물들이곤

했다.

그 시절,

도시락 속의 반찬은

나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듯했다.


잘 사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열어보면,


달걀 부침이나

소시지 볶음이 눈에 띄곤 했다.


그런 도시락들은

우리 반의

석탄난로 위에

겹겹이 쌓이곤 했다.


그런 난로 위에서

따뜻해지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의 도시락을

바라보며

서로의 삶을 엿보았다.

난로의 맨 밑에 놓인 도시락은

 때로는

타 버려 시커멓게 되곤 했다.


그것은

마치

시골의 따뜻한 추억 속에도

어두운 그림자와

같았다.


허나

그 탄 도시락 속의

반찬이라도,


그것은

그 시절 나의 소중한 추억의

일부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그 시골을 떠나

도시로 나왔다.


허나

가끔은

그 시절의 도시락과

석탄난로,


그리고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곤 한다.


그 추억들은

지금의 나에게 어린 시절의

소중함과 함께,


인생의

소박한 가치를

상기시켜 준다.







달걀부침 친구

앞에서


가끔


김치와

콩자반이 부끄러워


반찬을 깜박하고

안 가지고

왔다며


도시락을

맨밥으로 먹은

적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