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6. 2023
55년 만에 사랑을 고백한 친구 S군
순애보적 사랑
초등학교
시절
많은 남학생들의 선망이었던
한 여학생이 있다.
그녀는
성적도 매우 우수했지만
모습
또한
백설공주보다도
곱고
예뻤다.
지금도
그
모습
여전하다.
바로
그
여학생을
당시
사랑했었노라고
55년 만에 고백한 남학생이
있다.
그는 S군이다.
우리는
여학생 고무줄 끊기에
급급했던 철부지였지만,
그 친구는
우리보다 두 살이나 많아서인지
그 당시도
키가 한 뼘이나
더 컸고
마음 씀씀이도
무척이나 성숙했다.
그 사랑 고백을
받은
여학생이 있어
그
마음 대신해
몇 줄 옮겼다.
ㅡ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기억의 시계는
그렇지 않다.
6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맞이한
나는
이제 모두에게
초로의 노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내 안의 감정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동창회에서 만난
옛 친구들과의 재회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있었지만,
눈빛 속에는
아직도
그 시절의 순수함이 살아있었다.
손주가
중학생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속의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의 소녀이다.
그래서일까?
한 노인 남자친구의
고백에 놀란 것이다.
그는
나에게 55년 전,
초등학교 때 나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 당시의
모든 순간이
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그의 눈빛,
그의 웃음,
그와 함께한 그때의
추억들.
내가
할머니가 된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무거운 교과서와,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고백 앞에서
나는
다시 소녀가 되어버렸다.
수줍음에 얼굴이
붉어지는 나를 보며 그는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는
그때의 순수한
사랑이
묻어났다.
순애보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시간의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의 고백을 받아들이며,
그와 함께한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그 시절의 우리는
순수했고,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빛났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때의 나와 함께
순애보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순간을 통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순애보의 감정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속의 순애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