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천국이란다
쵸베 국립공원
오늘은 '보츠와나'란 나라에 있는 쵸베강 보트 사파리와 쵸베 국립공원 육상 사파리하는 날.
이제 사파리는 그만해도 좋으련, 그러나 보츠나와의 쵸베국립공원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며 특히 코끼리가 아주 많다니 '언제 다시 하겠어~' 이런 여행 모드로 기대하기로.
짐바브웨에서 한 시간 버스로 달리면 보츠나와다. 가이드가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1. 보츠나와는 아프리카 나라 중 좀 사는 나라라고. 이유는 다이아몬드가 나는 나라여서.
어쩐지 가는 길 포장이 다르다. 다른 나라는 딱 두 차선만 포장이 되어 있고 옆에 있는 인도는 무조건 흙길이다. 조금만 더 포장을 했어도 먼지가 덜 날릴 텐데, 딱 차선만 포장하고 만다.
보츠와나는 인도까지 싹 아스팔트로 깔아놨다. 출입국관리소의 인테리어도 타일로 깔끔하게 마감처리했고, 화장실에 잠금장치와 휴지도 있다. 다르다 달라.
2. 동물들 이야기. 먼저 사자의 수명에 대하여. 초원에서 왕으로 행세하고 잘 사는 줄 알았더니, 동물원에 있는 사자보다 야생에 있는 사자의 수명이 짧단다. 동물원 사자는 20여 년이고 초원의 사자는 10년 정도 딱 반이란다. 그들은 그들대로의 규칙이 있고 문화가 있고 순서가 있다고.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란 의미. 예를 들어 동물의 썩은 사체를 해결해 주는 하이에나가 치졸한 짐승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있어서 초원이 깨끗해지고 병균이 줄어든다고. 그렇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자.
야생에서 먹이를 찾거나 종족을 보존하는 것이 이들에게도 엄청 스트레스인가 보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이 살기 편한 모양, '자유'보다 '배부른 돼지'가 나은 지경일까.
아프리카에 와서 내가 눈으로 보는 것은 아주 협소한 일부이거나 사파리 게임으로 훑어보는 정도. 적자생존이라든가 약육강식이라든가 이런 피상적인 것 말고도 그들대로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하나도 흥미 없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들을 찾아다니고 만나면 환호를 지르는 관심이 있다면, 조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모르고 그저 ‘동물들’이라 퉁치고 살아왔다는 미안함이 생긴다.
T.V는 ‘동물의 왕국’만 본다는 친구는 동물 얘기할 때 눈이 반짝거렸었다. 여기 오기 전 ‘연약한 치타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당부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지. "치타가 왜 연약해? 그 무서운 표범 비슷한 애가? " 했는데 들어보니 빠르기만 했지 허당이고 착해빠졌다고, 하여 사람이 키울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구나. 아는 만큼 보이는 거, 사랑하는 것만큼 아는 거 맞다.
쵸베강을 거슬러 오른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유람하듯 푸른 섬을 보며 잔잔한 강물을 흘러 다닌다. 아주 잔잔한 강물에 작은 섬처럼 갈대밭이 푸르게 펼쳐져 있다. 풀밭도 초원처럼 펼쳐있다. 육지에서는 임팔라들 역시 뛰고 있고 코끼리들 느릿느릿 걷고 있다. 땅에서 자고 있는 악어를 보다. 입을 벌리고 절대 움직이지 않는 악어. 모조품을 갖다 놨나? 사람들 인기척을 느끼고 기절한 척하는 건가? 그런데 그렇게 자거나 쉬고 있는 거란다. 그리고 하마들, 연꽃들 피어 있는 곳에 무리를 지어 물을 품어대고 있다. 역시 크다.
쵸베국립공원은 코끼리의 최대서식지이면서 많은 동식물을 볼 수 있는 사파리 지역이란다.
세렝게티에서 보던 동물들을 보다. 코키리, 기린, 쿠두, 제일 많은 임팔라, 그들의 눈을 아주 가까이서 보다. 사슴처럼, 기린처럼 크고 예쁘다. 그윽하기도 한데 우리를 보는 눈이 그런 듯하다. 역시 호기심천국의 아이들도 있고.
세렝게티 때와는 호기심과 감동이 덜하다. 게다가 세렝게티는 초원을 달리는 건데 여긴 거의 숲을 거칠게 다닌다. 나무에 부딪칠 것 같고 풀들이 지프차 바퀴에 다 으깨질 것 같다. 코끼리 가족의 행렬을 보다. 아주 어린 아기가 둘 있는데 그 아이를 가운데 두고 커다란 코끼리들이 몰아간다. 이상한 물체를 본 엄마 코끼리가 빨리 가자고 앞서 가는데 그 보폭이 너무 커 아무리 달려도 아기는 엄마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도 애쓰는 걸음걸이가 귀엽다. 아빠가 커다란 몸으로 우리의 시선을 막고 경호하는 것 같다.
'보츠와나'라는 나라를 처음 알았고, 경제적으로 좀 살다 보니 정치도 안정적이라는 말도 듣는다. 제발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니? 애정 솟는다.
하기야 우리나라도 지금 남의 말할 때가 아니다. 세상은 어떻게 정리되어 가는가. 좀 상식적이어야 하지 않겠니? 서로가 정의롭다고 외쳐대니 그 말은 쓰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인간적으로, 상식적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지금 거의 아프리카 수준 아니니?
내일은 내 가장 궁금한 ‘나미비아’로 떠난다.
일행 중 한 분이 아파서 오늘 육상사파리는 참여 못했다. 말라리아 검사받으러 병원으로 가고, 우리 일행은 아프리카의 위력에 약간 의기소침해지고 있다. 우리는 마무리를 잘할 수 있을 것인가. 모두의 안녕을 위해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