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닫는 글

속세로

by 순쌤

사막은 절대 모래땅이 아니다. 크리스털마운틴, 버섯 바위, 흑사막에 이르기까지 보석 같은 사막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보다.

지프는 설듯 망가질 듯하면서 잘도 달린다. 우리 차로 여기를 다시 달려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버스로 갈아타고 카이로로 향한다. 열심히 졸다 깨도 사막이고 또 사막이고 하더라. 그렇게 달려 저기 뿌연 피라미드가 보이더니 드디어 숙소에 도착, 다시 속세로 돌아온 거다. 마음에 생기는 이 여유가 뭐지?


숙소에서 샤워를 하는데 몸에서 흐르는 물은 거의 검은색이었다고 보면 된다. 시원한데 웃음이 나온다. 사막의 하루와 진하게 결별을 하다.


마지막 저녁 식사, 한국음식점으로 간다. 불고기와 된장국... 역시 이 맛이다. 어제 먹은 닭고기와 이 속세의 불고기, 어느 것이 더 맛있었을까? 답하기 곤란하다...

세상 어딜 가나 한국인이 있고 한국 음식이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돌아와 숙소에서 남은 이야기를 나누다. 내일이면 서울에 간다. 긴 여정이다.

집으로

역시 집이 제일 좋다는 것,

돌아올 나라와 집이 있어 좋다는 것!

수많은 감탄은 이 회귀의 감동을 이기지 못한다. 여행 후에 한결같이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 감동으로 새 힘을 얻어 살다가 또 짐 쌀 날을 기다리기는 한다만.


우리 아이들이 많이 컸다.

걷다 힘들면 짜증 한번 내시고 야단 한번 맞고가 순서였던 아들은 이번엔 그런 레퍼토리 없이 다녔다. 녀석에겐 큰 변화이다.

한 살 위인 딸아이는 메모하며 즐기며 다녔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 경험들이 축적되어 한 뼘만큼 저력이 생겼으리라 진단한다. 잴 수 없는 것이기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나타나지 않아도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에필로그


1. 올해 이 아이들이 삼십 대에 들어섰다. 식탁 맞은편에 걸려 있는 곳곳의 여행사진들을 보며 우리는 가끔 생각난다는 듯이 대화를 나눈다. 두고두고 했던 이야기는 물론 새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즐겁다.


틈만 나면 연차를 모아 떠날 시간을 물색하는 딸아이는 친구들과 여행 적금을 계속 붓기로 했다고 어제 식탁에서 얘기한다.

출장을 가는 것을 여행 가듯 기다리는 아들도 몸에 이미 '떠남'의 설렘을 알고 있다.

틈만 나면 몸 근질거려하는 자유로운 유전자가 잘 이어진 것 같다.

엄마-딸-아빠-아들


2. 십여 년 전, 특별한 여행기 출판을 기획하고 있는 출판사 편집자를 소개받아 여행기를 쓰기로 했다. 이 글은 그 편집 기획에 따라 '이집트' 부분을 한 꼭지로 써놓은 글이다.


그러나 각 나라별 긴 여행기를 편집의 의도에 따라 다시 쓰는 작업이 간단치 않았고 오랜 시간의 집중을 요구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할 일과 학교 일이 겹치면서 출판을 위한 글쓰기가 어렵게 되었다.

느닷없이 자유롭고도 싶고...


하여,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이집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시의성이 떨어진 여행기가 됐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당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이래저래 살짝 아쉽기는 하다.

20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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