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 여를 버스로 달려 베두인들의 마을( 바위티마을)에 도착하다.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거기서 4륜 지프차로 갈아타고 사막으로 달리는 거다. 모래 속으로 달리다 아스팔트 위로도 신나게 달린다. 아, 사막에서 하룻밤이라니... 낙타가 아닌 게 아쉽긴 하지만 현대의 낙타는 지프차이다.
처음 대면하는 사막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나는 지금까지 사막이 온통 모래밭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사막엔 백사막과 흑사막이 있다고 , 모래더미 산도 있고 돌산도 있고, 간혹 나무도 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그 광활한 공간에 석회암 덩어리의 바위들이 조각처럼 펼쳐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시야 끝 저 먼 곳은 마치 바다와 같다.
이것이 백사막!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정신이 없다. 모래 속에 있는 검은 돌을 보석을 찾아내는 듯 신기해한다. 완전 자연 속이다.
여기서 보는 일몰이 환상적이라 하는데 오늘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볼 수가 없겠단다. 다행이다. 그것마저 봤다면 난 앞으로 웬만한 것, 혹은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게 될 테니.... 아껴두자. 이 신기루 같은 자연 조각 공원만 기억하자.
인간의 작은 두뇌는 용량이 딸리는 중이다.
저녁은 닭고기 바비큐란다. 문명의 혜택은 전혀 없다. 원주민인 베두인처럼 생활하기로 한 하룻밤이다. 주변은 이미 깜깜하고 배는 무지 고프다. 우리는 어떻게 생긴 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그냥 정신없이 먹는다. 뭐 익지 않은 느낌도 있다. 손도 씻지 않았다. 다음 날까지 세수도 없단다. 그러나 정말 맛있는 고기반찬이었음을 말해 무엇하랴. 이 대자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중하겠는가. 무엇이 더 필요한가.
사람들이 정겹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는다. 당근 ‘모닥불 피워놓고~’로 합창이 이루어지고, 노래방 가사 없이도 부를 수 있는 우리들의 노래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야기를 이어간다. 고구마도 굽는다.
드디어! 지금까지 짊어지고 다니며 귀하게 간직해 둔 소주팩이 등장하신다! 꾼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함께한 현지인들이 차를 끓여 준다. 별이 뜬다. 아, 모든 것이 아름답다. 남편과 친구들과 특히 우리 아이들과 이 순간에 여기 있다는 게 감격이다. 언제고 이 순간을 기억하면, 아이들이 이날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삶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날이 되지 않을까.
밤이 깊어지고 공기가 싸늘해진다. 바람이 분다. 사막이 춥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일인당 침낭 하나, 매트 하나, 담요 하나 준다. 끈적거리고 퀴퀴한 냄새가 영 내키지 않아 가능하면 덮지 않으려 했으나 과연?
추위를 피해 침낭 속에 꽁꽁 숨고 걸적지근한 담요로 얼굴까지 폭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게 되더라. 공해 한 점 없는 청정 바람이 분다. 사방이 확 트인 사막에 하늘을 지붕 삼고 몸을 던진 잠자리.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아.. 사실 인간은 이렇게 살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이 가지려 고달파하고 있다. 가진 게 많아서, 잃어버릴 것이 많아서 불안이 생기고 두려움이 생긴다. 좀 불편하고 좀 덜 가지고 살면 얻는 것들이 훨씬 많을 텐데,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그리 소비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가...
그때 저기 고양이 같이 생긴 사막의 어린 여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먹을 것을 찾으러 왔는지 우리 주변으로 내려온다. 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것 같다. 솥단지 뚜껑을 건드리더니 우리를 요렇게 보고 간다. 홀린 듯 그를 보며 어린 왕자를 생각하다. 얼른 사진을 찍는다. 그를 보았는가, 잠이 들었는가, 사막의 밤은 가고 있는가, 여전히 춥다. 베두인이 되자고 한 하룻밤.... 돈 주고 하는 고생이 이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찍은 사진을 보다. 여러 장 검은 배경만 찍혀 있다. 여우가 없다. 분명 만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