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외로웠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신기하게 다시 작은 희망이
마음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2~3년간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떠난 두 번째 아이가
나를 한 뼘 더 성장시켰다.
고마워, 나의 아가.
시험관을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도 바꿨다.
인공수정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된 시술이다.
먹어야 하는 약도 맞아야 하는 주사도
엄청났고, 무엇보다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해야 하는 난자채취가 제일
고역이었다.
총 3번의 시험관을 진행했다.
신선-냉동-신선
역시 한 번에 성공하는
로또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3번째 시도 끝에 성공했다.
삼세번이라고 하지 않나.
왠지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_
실패해도 후회 없이 실패하고 싶어
3번째 진행 때는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했다.
우선 세 번째 시술 들어가기 전에
3개월 정도 한의원을 다니면서
한약도 먹고 침도 맞았다.
한의원은 첫 유산 때부터 대략 5군데
정도 다녀본 것 같다.
비싸지만 임신전문 여성한의원부터
유명한 춘원당, 동네한의원이지만
지인이 임신에 효과를 봤다는 곳까지..
여러 곳을 전전했고 마지막 정착한 곳은
경희대한방병원_
좋은 교수님을 만났고 나의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다.
운동은 크게 좋아하지 않아
질리지 않을 정도로 걷는 운동을 주로 했으며
친구의 추천으로 비타민D 주사도 맞았다.
개인적인 노력 중 하나는 "커피 끊기"
배가 차고 커피가 안 맞는 체질인 걸 알면서도
좋아하니깐 못 끊겠으니깐 자주 마셨는데
3번째 시험관부터 일체 마시지 않았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착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커피를 끊으니 배도 좀 따뜻해진
느낌적인 느낌_
시술적인 측면에서는
1,2차 때는 하지 않았던 '자궁내막술'과
자궁에 폴립이 있으면 착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자궁내시경'도 진행했다_
의사도 3번째 진행하다 보니 좀 더
적극적인 시술을 진행했던 것 같다.
내막술과 자궁경 모두 임신확률을
높여주는 시술이고 자궁경은 수면마취 후
진행한다. 자궁경 결과 폴립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결과_
결과가 좋아도 좋을 것도, 나빠서 안 좋을 것도 없다. 그냥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면 그뿐_
그리고 꿈_
이식하기 며칠 전 꿈을 꿨는데
온몸이 에메랄드 빛깔의 반짝반짝 눈부신
꼬리 긴 새 한 마리가 내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뽐내듯 서있었고
나는 그 빛깔이 너무 영롱하고 아름다워
홀린 듯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꿈이 깨서도 새가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했는데 태몽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시험관은 시작 전부터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진행한 것 같다.
1차 피검결과 360대가 나왔고
2차 피검결과 4640대가 나와서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소견을 들었다.
그다음 주
내 뱃속에 몇 년 동안 한 개도 보기 힘들었던 아기집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 박!!!"
누가 일렁이고 누가 뚱땅 일꼬_
너희들 초초초마이크로미니미 사진이다.
주변에 물어보거라.
이런 사진 갖고 있는 엄마아빠
흔치 않다.
얼렁뚱땅 너희들은 이렇게 특별하단다.
열심히 분열 중인 얼렁뚱땅_
엄마아빠만 노력한 게 아니라
너희들도 많이 애썼다.
기특해, 아가들_
예쁘게도 나란히 집을 지어놨더군 아.
자고로 '집'이란 기초가 튼튼해야 된단다.
집 지어놓은 것 보니
건축일 하는 엄마아빠 아가가 맞는구나.
"슈퍼 그뤠~~ 잇!"
콧구멍 속에 젤리곰 등장.
너희들의 등장을 얼마나 기다렸다 규.
걱정 어린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보란 듯이 심장도 반짝반짝 빛났고
씩씩하게 심장도 뛰었단다.
고마워, 젤리곰.
젤리곰에서
가제트팔처럼 어느새 팔다리가 쑥_
한 주 한 주 조금씩 성장하는 너희를
엄마아빠가 아주 많이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