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가들의 위로

by 한승채

9주쯤 난임병원을 졸업했다.


집 근처 여성병원으로 옮겼다.


마음이 참으로.. 이상했다.


아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행복한 기운이 넘치는 그곳이


나에게는 트라우마 가득한 곳이었으니.


근데 다시 이곳에서 배 나온 산모들 사이에


내가 끼어있어도 되나!



"이. 거. 실. 화. 냐."





난임병원은 임신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이기에 배 나온 사람들이 없다.


공기도 좀 무겁고


아이를 기다리는 불안한 심리상태가


느껴지는 곳이기에


혹여나 임신이 확인되어도 기쁨을 드러내기도 어렵고, 초음파사진을 받게 되어도 펄럭펄럭 휘날리며 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닌 그런 곳.


나 역시 초음파 사진을 받고 급하게


가방 속에 구겨 넣고 나오기 일쑤였다.



아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들에


조바심을 얹고 싶지 않다.




남들이 말하는 안정기인 12주에


두 번째 아이를 잃어서인지


주수가 다가올수록 불안과 초조함이 심해졌다.


'이번에는 잘 유지될 거야.


얼렁 뚱땅이 잘 버텨줄 거라 믿어.'


긍정적인 마인드컨트롤을 해도


내심 또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쯤 남긴 기록이다.




(12주~13주 사이쯤 어느 날)


•••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아직 졸린 상태인데도 손의 촉감을


잊지 못해 기록한다.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꿈에 나타난


나의 아가들_


주먹보다도 한참 작은 녀석들이


나의 두 손바닥에서


부비부비, 요리조리 움직이며 노는데


꿈인데도 그 촉감이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 위로가 되던지..


뜨거운 눈물이 났다.



잠이 완전히 깼는데도


그 따뜻한 온기가 손에 남아


다시 잠들기 아쉬울 정도..


내 뱃속에 정말


나의 아가, 아니 우리 아가가 있구나.


엄마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너희들에게 전해진 거 같아 미안해 아가.


그래서 꿈에서나마 찾아와 줬구나.



'고마워 우리 아가들.


이제 엄마 걱정하지 않고


아가들 믿고 기다릴게.'


•••



이 날 이후 난 우리 아가들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얼렁뚱땅 투샷


1522915744329.jpg

11주 5일쯤의 얼렁뚱땅_


A가 일렁이, B가 뚱땅이.


젤리곰에서 이제 정말 사람형태를


갖추었구나. 기특해 아가들.


내 뱃속에 두 명이 있다니


되새기고 되새겨도 잘 믿기지 않지만


하나 확실한 건


"둘이라 눈물 나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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