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의 거대한 욕망
건축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는 물질을 만듭니다. 풍경을 이루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또 움직이게도 하니, 물질이 아닌 문화를 만든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욕망에서 비롯된 그 물질(문화)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아 탄생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죠. 그래서 인간이 세운 거대한 건축물은 크기 때문에도, 사회적 존재로서도 경외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건물과 도시공간은 점차 대규모로 성장하였으나 그 도시를 이용할 사람들은 늘 작다.
도시설계 전문가 얀 겔은 『사람을 위한 도시』에서 위와 같이 말합니다. 작은 존재가 만들었기에 놀랍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주는 목소리에 더 가깝습니다. 그는 감탄의 대상을 빚어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장관을 이루는 개별 건물들이 등장하는 시대에서도 "인간적 규모"를 강조합니다. 사람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규모가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긴장되고 차갑기 때문에 커다란 무언가에 끌리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차량 교통, 건축기술, 거대한 부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물질에 둘러싸인 지금, 우리는 이들에게, 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요?
어디선가는 보존이 가져올 의미를 기대하고,
어디선가는 탄생이 가져올 효과를 기대하고,
어디선가는 사람들이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만 경이로운 건 아닙니다. 거대한 자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산, 바위, 나무, 사막, 강, 호수, 바다가 우리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나 봅니다. 이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주는 압도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물녘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는데, 그다지 높은 산도 아니었지만 그때 느낀 공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같은 자연일지라도 도심 속 공원이 주는 안정감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웅장하게 자리를 지킵니다.
유현준 건축가가 명상하기 좋은 구도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거대한 다리가 거대한 강 위에 뜬 채, 무한히 뻗어가는 듯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현장이 주는 압도감은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