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과거, 인류의 첫 숨과 함께 그들은 존재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 지구 위 마지막 인간이 숨을 거둘 때 그들은 사라졌다. 시간과 장소는 그들에게 무의미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이들 앞에서 시간은 가늠할 수 없는 안개와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인간들의 나이로 단 한 살인지 수만 살인지는 정의 내릴 수 없었다. 그들은 인간이 탄생하며 만들어 낸 관찰자이거나 상념 그 자체 일지도 모른다.
움은 모든 생명이 지나가는 순간을 목격했고, 름은 그들의 마지막 숨을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 둘은 인간의 시작부터 모든 생명의 마지막까지를 기억으로 간직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은 흘러가는 물처럼 사라지지 않고, 늘 움과 름의 존재 안에서 회전하며 세상에 울림을 남겼다.
인간들의 숨이 다할 때면 마지막 순간의 숨결을 흡입함으로써 인간이 남긴 기억과 감정, 죽음의 모든 이야기를 그들 속에 새겼다. 움은 빛의 순간, 인간의 삶과 열망을 기억했고, 름은 어둠의 순간, 죽음과 이별의 무게를 흡수했다. 그리하여 두 존재는 모든 생명이 담고 있던 진실과 비밀을 머금고, 모든 시간 동안 인류의 역사와 신화 속에 스며들었다.
그들이 바라본 인간들은 문명을 이루고, 신을 만들어 섬겼으며, 규율과 율법을 세우며 사회를 구축해 갔다. 그 규율은 질서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수많은 학살과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움과 름은 인류의 마지막 장면이 몇몇의 관용과 용서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인간들에겐 처벌 없는 용서의 반복이 결국 그를 마음속에 사회를 이룬 인간들이 가져야 할 그 어떤 멈춰야 할 선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가 권력자를 가지게 될 경우 인류의 종말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는 역할을 하였다. 초기 인류는 그들 스스로 배제시키고 정제하였으나 사회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관용이라는 거대한 그릇을 만들어 정제 자체를 멈추었다. 결국 그들이 개입해 그 과정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그토록 다양한 길을 걸어도 끝은 같았다. 그와 비슷하게 성장한 또 다른 누군가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되면, 학살과 전쟁이 일어났다. 그런 일들은 다른 개체로부터 용서되고 때론 환호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그로 인해 종말이 다가왔다.
그들은 궁금해졌다. 과연 다른 이들의 판단이 아닌 원초적으로 자신의 죽음마저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시작할 땐 큰 고민도 없이 브런치북 만들어 대충 막 눌러 월, 화 발행 설정을 하였다. 그리곤 주중에 써지는 대로 올렸는데 뭔가 잘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몇 분이 보든 남에게 글을 보인다는 것이 어느 정도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우선 본문의 움 름 설화는 다소 유치스럽고 억지스럽다 싶어도 이해를 바란다.
인류에 종말을 가져온 자 '세뮤얼'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 설득력을 높이려 했으나 쓰다 보니 곁가지가 너무 늘어져삭제했다.
첫 번째 주제는 '우상'이었다.움 름 그 두 번째 이야기는 '공정한 판관'이라는 주제로 놓고 써 볼 계획인데 뭔가 소재의 참신함을 다 태워버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