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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움 름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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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류작자 Nov 09. 2024

우 상

3장 장현수


전국일주라니, 입대 전 마음의 여유도 찾을 겸 시작한 도전이었다. 긴 여행을 하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건 언제나 그렇듯 에이지의 노래. 마치 그녀가 옆에서 응원이라도 해주는 것 같아, 그는 이 여행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바닷바람을 만끽하던 중 대학교 친구의 전화가 왔다. 밀려있던 여행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친구와 즐겁게 통화를 이어가며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었다.


"곧 군대 갈 놈이 완전 신났네,"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 근데 너 에이지 인스타 봤어? 바닷가더라"

현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진짜?아우~돌아다니다 만나기만 해 봐라." 

그러던 순간, 현수의 시선이 향하는 방파제 거짓말같이 누군가 서 있었다.. "어? 잠깐만, 거기… 저기… 혹시 진짜 에이지 아닌가?"

친구는 픽 웃으며 말했다. "야야야! 지랄마! 바로 헛것 보는 거야?"

현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진짜라니까, 너도 보면 믿을 걸. 저 심각한 비율 500미터 밖에서도 보이는 턱선… 확실해!!"

친구가 여전히 놀리는 듯한 어조로 "에이, 설마. 야생에 그렇게 돌아다닌다고?! 야 나 강의 들어간다. 진짜면 사진 찍어서 보내."  장난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현수는 숨을 고르고 에이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페달을 밟았다. 혹시 잘못 본 걸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방파제 끝에 홀로 서서 통화 중인 그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닮은 사람?? 진짜야… 진짜로 에이지 맞아…!’

후드티에 선글라스를 썼어도 에이지 전문가 현수를 속일 순 없었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밀려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그를 압박했다. 그는 자전거를 급히 세우고는 숨이 차도록 편의점으로 달려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에이지가 광고하던 음료수였다. 그는 서둘러 음료수와 생수 몇 개를 집어 들었다. 현수는 급하게 계산을 마치고 다시 방파제로 달려갔다. 군대 가기 전, 이 찬스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란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런저런 음료가 잔뜩 든 비닐봉지를 움켜쥐고, 드디어 에이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너무 급히 다가가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안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설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제발… 사진 하나만… 그럼 난 군대에서 평생 행복할 수 있어…’


점점 가까워질수록, 에이지의 뒷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현수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에이지가 통화를 끝내고 저만치 서있는 노란색 스포츠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뛰어야겠다!!'


좀 전부터 이런 모습들을 바라보던 움 름은 좌우에서 입을 크게 벌려 현수의 얼굴을 덮어버린다.



찰나의 순간, 한 낮이 어두운 밤으로 바뀌며 몸뚱이가 허공을 갈랐다.



'그 어떤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아스팔트에 몸이 무겁게 내동댕이 쳐지며 극심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한쪽 팔과 다리에서는 뼛속까지 울리는 고통이 끊임없이 전해졌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찢어질 듯한 아스팔트의 거친 표면이 피부에 닿아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차가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의식이 멀어져 가면서 마치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공허함이 엄습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져, 나는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한쪽 귀에 박혀 있던 이어폰에서 그녀의 음악 소리가 들렸다. “에이지의 노래…” 이 모든 악몽 같은 순간 속에서도 그 음악만큼은 선명하게 내게 닿았다. 그녀의 음악에 의지해 아득해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눈을 떴다. 그리고 그때, 흐릿한 시야 속으로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그녀다. 에이지가 나와 눈을 맞추고 바라보고 있다.


'도… 도와줘…' 숨이 막히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간신한 신음만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그녀가 눈앞에 있었지만, 왜인지 그 눈빛은 차가운 냉기만이 서려 있었다. 오랜 시간 동경하던 사람의 시선 속에, 오히려 나를 꿰뚫는 듯한 섬뜩함이 묻어 있었다.


순간순간 기억들이 끊어진 듯 이어졌고, 장면  중간중간 빠진 필름처럼 아득하게 흘러갔다. 어쩐지 그녀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허공에 울려 퍼지는 차량의 배기음이 머리 위에서 무겁게 내려앉는 듯했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고통과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무언가를 손에 들고 내게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차갑고 서늘한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미 망가져 움직일 수 없고,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몸뚱이였지만, 내 안의 본능은 절박하게 경고음을 울렸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거야…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에는 두려움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갑자기, 그녀가 비닐봉지를 내 머리 위에 씌우기 시작했다. 차가운 비닐이 얼굴을 덮자 예상가능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무기력했다. 그리고, 숨통이 조여왔다. 헐떡이며 버둥거리고 싶었지만,  몸은 이미 그녀의 손아귀 안에 속박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 돼… 제발 이러지 마…'

마지막으로 의식을 붙잡기 위해 애를 썼지만, 나를 옭아매는 비닐봉지와 함께 모든 힘은 빠져나갔다.


비닐봉지 안 쪽으로 더 이상 숨이 남아있지 않자 얼굴에 드러 붙었다. 입안의 핏덩이 한 움큼이 올라와 그 좁은 틈마저 처발라진다. 비릿한 철분냄새를 맡으며 시야는 점차 어두워져 간다. 한쪽 귀에선 그녀의 노래가 아득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녀가 떠나가는 그 순간, 내 세상도 깊고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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