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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움 름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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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류작자 Nov 18. 2024

공정한 판관

2-3장 재판


판사 김창현은 법정에 들어서며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언제나처럼 당당함과 자신만만한 기색이 서려 있었고, 법복의 무게가 그에게 오히려 권위와 자부심을 더해주는 듯했다. 법정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조용히 일어서고, 그는 그 시선들을 느끼며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공정하고 명철한 판단을 내리는 인물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오랜 시간 법조계에 몸담아 온 그였기에, 그 자신감은 때때로 경계 없는 오만함으로도 비쳤다.


불안한 표정으로 최우석이 피고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창현은 속으로 잠시 ‘감정에 치우친 사람의 고충이 얼마나 법에 도움이 되겠나’ 하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법관이라고 믿었기에, 법정에서 피고가 보이는 감정적 반응을 가볍게 여기는 편이었다.


 ‘법은 차가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이는 창현이 스스로에게 늘 되뇌는 철칙이었다. 그는 법관으로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하게 판단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굳게 믿었고, 그 신념이 때로는 피고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호함으로 드러나곤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창현은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유지했다. 피고 측 변호인이 최우석이 느꼈을 두려움과 위협을 설명하자, 반사적으로 그는 약간의 비웃음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법적 정당성보다 감정적 호소에 매달리는 변호인을 그는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이 법정에 감정을 끌어들이지 마라. 감정이 법을 흔들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내린 결론은 늘 옳고, 법정 안에서는 그 어떤 타협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뒤 검사와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끝이 났다. 이제 법정의 시선은 오로지 창현의 판결에 집중되었다.

피고석에 앉아 있는 최우석의 눈과 마주치자 그는 어떤 간절함과 절망을 느꼈지만, 그것을 그저 '감정에 치우친 피고의 반응'으로 치부했다. 피고가 느낀 억울함과 고통은 법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그는 판결을 내리며 그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법은 감정이 아닌 정의를 지켜야 합니다. 비록 피고가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비무장 상태의 침입자에 대해 가해진 과도한 폭력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움 름이 입을 크게 벌려 창현의 머리를 덮었다.


'순식간에 머리에 둔탁한 느낌의 충격이 느껴졌다. 창현은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우석의 얼굴을 겨우 올려다보고 있었다. 피고석의 우석이 초췌하고 험하게 변해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끈적한 액체가 눈가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모든 느낌은 생생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려는 생각과는 달리 육체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방어하듯 손을 들며 생각과 다른 말을 뱉어나왔다.


"이봐.. 제발.. 나는 나의 일을 했을 뿐이야. 뭔가 잘못됐다면 내가 미안하네."


분명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불길에 기름을 부은 듯 보였다. 우석의 얼굴엔 한층 더 격렬한 증오가 떠올랐고, 그는 더욱 거칠게 창현의 몸을 짓밟았다. 워커 발굽이 그의 가슴과 복부, 허리를 무자비하게 누르고 지나갔다. 창현은 '제발 그만하라'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우석의 분노에 실린 발길질과 무자비한 주먹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선명했다. 발길질이 육신을 가르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찔렀고, 숨 쉴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그를 덮쳤다.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그의 몸을 향해 쏟아지는 무자비한 구타 속에서 그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절대적인 무력함을 체감했다.

어리둥절한 상황과 생생한 고통 속에서 그의 영민한 두뇌는 이것이 자신의 미래가 아닐까라는 추측까지 했다.


'내가.. 내가... 이런 꼴로 끝난다고?'


모든 고통이 까무러칠 정도로 심했지만 어째서인지 의식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힘이 빠진 듯 우석이 쪼그려 앉아 머리칼을 잡아채고선 광기 어린 표정으로 무어라 떠든다. 귀라는 기관이 고장 나버린 건지 또렷이 들리진 않지만 무언가 '꼬였다'라고 하는 것 같다.

고함을 지르다 흥분한 그는 곧장 옆에 벽돌을 들어 사정없이 머리를 내리쳐 온다. 첫 번째 타격에서 안구 윗 쪽 두개골이 함몰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날아드는 벽돌을 맞을 각오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모든 통증이 사라지며 눈앞이 생생해졌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판결문과 방청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피고석의 우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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