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3-2장 행복한

by 삼류작자



열 두살 승호가 학원에서 돌아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실에서는 아버지가 TV를 보며 팔짱을 낀 채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승호는 신발을 툭툭 벗어놓고 거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응수했다. “그래.”

주방에서는 저녁을 준비 중이던 엄마가 승호의 목소리에 반색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승호 왔어? 오늘 하루 어땠어?”


승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얼굴로 가방을 열어 상장과 성적표를 꺼냈다. 종이를 흔들며 주방으로 달려가자 엄마는 양손을 털며 다가왔다.

“엄마! 나 또 1등이야! 선생님이 이번엔 표창장도 준다고 하셨다.”


엄마는 승호의 이야기에 진심 어린 감탄을 터뜨리며 상장을 받아 들고 눈을 반짝였다.

“정말? 대단하다, 우리 승호! 정말 최고네! 성적표도 보자, 성적표!”


승호는 성적표를 엄마에게 건네며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번에는 우리 반에서 나 빼고 다 틀렸던 문제도 나만 맞췄다니까! 수학 선생님도 엄청 칭찬하셨다구!”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랬어? 우리 승호가 정말 똑똑하네! 수학 천재 아니야, 천재?”

승호는 기세가 올라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이 6학년 형들보다 더 잘한다고 했어!”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버지는 승호의 목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잘했네, 정승호.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고”라고 무심하게 말했지만, 눈길만으로도 대견함을 숨길 수 없었다.


엄마는 승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승호가 이렇게 잘하니까 엄마도 너무 행복하다. 그러니까 이제 손 씻고 와. 저녁 먹어야지!”

“응! 엄마, 오늘 반찬 뭐야?”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

승호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씻으러 달려갔고, 거실과 주방에는 온 가족의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식탁에 둘러앉은 승호네 가족은 따뜻한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불고기와 반찬이 식탁 위에 가득했고, 승호는 입에 침이 고인 듯 신이 나서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 울 엄마 밥이 최고네!” 승호가 입에 고기를 물고 말했다.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잘 먹어주니까 엄마가 힘이 나지. 많이 먹어라.”

밥을 먹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근데 승호야, 네가 1등했다더니, 혹시 잘생긴거로 1등한거아니냐?.”


뜻밖의 농담에 승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빠, 내가 아빠 닮아서 잘생기긴 했는데 이번엔 엄마 닮아서 똑똑해서 1등한건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 아빠는 잘생긴거 할랜다.”

가족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승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마를 쳤다.

“아! 깜빡했다. 내일 학원에서 시험 있다. 빨리먹고 예습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밥을 허겁지겁 입에 넣기 시작했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천천히 먹어, 승호야. 꼭꼭 씹어야 체하지 않지.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배 아프다.”


승호는 입에 밥을 잔뜩 물고 말했다. “ 알겠어요, 엄마”

엄마와 아빠는 승호가 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마음에 두 사람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아이가 이렇게 잘 자라주니, 우리도 참 복이 많지.’ 아버지가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그를 보며 눈짓으로 동의하는듯 했다.

승호는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이제 공부하러 갈게요!”


“그래,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고 일찍 자.” 아버지가 뒤에서 당부했다.

“알겠어요!”

승호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부부는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엄마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렇게 혼자서도 잘하니 고맙기도 하고, 가끔은 안쓰럽기도 해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가 잘 받쳐줘야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움,름이 입을 크게 벌리고 남자와 그의 아내의 얼굴을 덮친다.


(시공은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움도 둘 름도 둘. 각각은 아비와 그의 처의 얼굴을 동시에 덮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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