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의 포텐이 터지는 순간은 통제되지 않는 육아환경에 의무감까지 더해지는 순간이다. 무얼해야한다거나 참여해야 한다거나-
내 시엄마는 친정엄마와 반대의 스타일이다. 엄마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식이라, 자유롭기도 하나 때론 답답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건 좀 바꿨으면 좋겠다거나 대화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엄마는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이런걸 해야한다거나 해줬으면 좋겠다거나-
그래서 처음 결혼한 뒤 상처를 받는 일이 일쑤였다. 엄마 밑에서는 암시롱안했던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검사맡듯이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연애를 오래 해왔기에 지금은 많이 유순해지셨고, 남편과 내 불만을 수용하고 노력도 하신다.
어쨌든 그런 극 반대의 집안 분위기 사이에서 육아를 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힘듬이나 고충을 친정엄마와 이야기하기엔 엄마는 표현에 무뚝뚝했다. 그래서 내가 달려가 털어놓지도 않게 된다. 반대로 시엄마는 표현을 잘하신다. 하지만 그만큼 어떻게 육아를 해야하는지 그럴 때일수록 어떤 걸 조심해야하는지 일러주신다. 그래서 부담되고 의무감만 생긴다.
그런 와중에 아이가 6개월이 다와가 이유식을 시작해야하는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이가 고개를 들고 나선 뒤집고, 앉기 시작하고, 이가 나기 시작한다. 때에 맞춰 미션을 클리어하듯 정보를 알아보고 전쟁에 임한다. 하- 그런데 이젠 이유식이라니.
엄마들의 우울은 잡초처럼 제거하고 제거해도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겉잡을 수 없이 키가 커지기 전에 제 때 숨통을 트여 줘야 한다.
임신 초기에 맘카페에서 한 글을 봤는데 요즘 그 글이 계속 맴돈다. “공황장애가 있는데 임신 하고 약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임신을 알게 됐어요. 어떻게 끊죠“
엄마는 일(job)이 못된다. 내 안에 새생명을 품고 나의 영양분으로 생명에 공급하고, 태어나서는 나만 바라보고 있는 핏덩어리를 위해 움직인다. 그건 일이라 할수 없다. 일은 적어도 출근과 퇴근이 있으며 정기적인 보상이 있고 여가와 동행할 수 있지 않나.
자신의 불안과 우울의 보조제를 포기하고 생명을 품고 버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끝없는 육아전쟁터에 새로운 미션이 띄어지면 우울해진다. 얼마나 별로인지 내가 나를 아는데 아이를 위해 좋은 것만 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와중에 또 미션이라니요.
해보면 또 굴러가겠지만은. 최근 소통안되는 엄마에 잔소리하시는 시엄마, 더불어 이유식까지 덮쳐 이
전장에 난 백기를 들고 휴전에 들어갔다. 그리곤 참패했다라고 끝낼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수없기에 또 이유식 책을 들여다보고 물건을 하나씩 구매하고 계획을 짜고 있다.
오늘도 난 증명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연약하고 별로인 사람인지- 그리고 좋은 엄마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우울이 덮친 자리에 잔해물을 치워가며 해결해나가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한다. 오늘도 한번 더 참으려 하고, 정보를 알아보고, 계획하며 아이한테 내가 퍽 좋은 사람이구나- 칭찬한다.
글을 읽으면 감정이 동화되서 우울한 글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꾸미지 않은 내 감정을 나열한 것이 이 글이기에 오늘도 이 우울한 글을 적어봅니다. 다음부터는 작고 하찮은 행복을 적어볼게요. 오늘 아이가 길게 자주네요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