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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감정적인 태도는 사절입니다

비즈니스 관계와 손절 사이

by 소소라미

백미러와 룸미러 사이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는 직장 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우리 팀과 내 업무랑 관련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 팀 소관은 아닌, 포지션이 얄딱구리한 녀석들이다.​

일은 누가 한다? 답답한 사람이 한다.

꽤나 답답해하는 유형인 나는, 애매할 땐 이제라도 내가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한다.

역시나, 사각지대 업무로 사고가 터졌다. 관리를 잘해서 미리 대응했다면 문제없이 할 수 있었던 일이 사고가 되었다. 결국 내가 수습했어야 했고, 며칠을 조마조마해가며 마음을 졸였다.


이후 몇 주 지났을까?


다른 사각지대 업무 역시 답답한 맘에 챙겼는데 타이밍이 늦었다. 그래서 또 동분서주했다.


팀장은 담당자도 아닌 내가 뛰어다니는 것을 못 마땅해했다. 관련부서에 메일을 보내 이 일은 우리 팀 소관이 아니며 담당자를 지정해달라 협조를 구했다.


문제는 말투가 꽤나 전투적이었다는 거다.




수신자 중 한 명, 정확히는 담당자였어야 할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분이 나쁘다고 성질을 내며, 당신이 왜 일을 나서서 해서 여러 사람 욕먹이냐 한다.


아무도 안 해온 일, 혹은 당신이 했어야 할 일을 그래도 챙겨보려고 애쓴 나한테 할 소린가 싶었다. 싸우진 않았지만 감정은 상했다.


물론 내가 선의로 한 일이라도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태도(attitude). 감정을 빼고 나이스 하게 건의했다면 나 또한 감정을 빼고 나이스 하게 수용했을 거다.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오만하고 무례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고 본투비 나이스 한 사람처럼 상냥한 어조였다. 아, 이번엔 내게 부탁할 무언가가 생겼던거다.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넘겼다.


그래. 다들 월급 받고 사는 건 똑같은데 좋게 생각하자. 굳이 날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또 최근에 사달이 났다.


그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인 나에게 까탈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일정 놓쳐 놓고 나중에 자기 탓으로 돌릴 거 아니냐며 무례한 넘겨짚기를 했다. 이런 메일로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며 상대의 노력을 폄하하기도 했다.


이미 좋아하는 이는 아니었으나, 굳이 싫어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칼로 베어버리는 듯한 그녀의 말들은 그 자체로 상처였다.


모든 독한 언어를 쏟아낸 후에 "그렇지 않아요?"라는 부가의문문으로 질문을 위장해 내 마음의 생채기를 다시 한번 건드렸다.


다독여 본다.

내 인생에서 곧 사라질 그녀의 "존재"에 마음 쓰지 않기로, 애써서 상처받지 않기로. 그럴 수도 있다고 너그러이 봐주는 것이 아니라, 스치는 존재에 연연하지 않는 거다. 존재가 나에게 무용이니, 그녀가 뱉어내는 말 또한 무의미라고.


그리고 앞으로는 감정적인 전화는 대응하지 말아야겠다. 사무적으로 대하는 게 백번 옳다.


무용한 존재의 토사물 같은 말을 곱씹는 시간조차 아까운 같다. 그 에너지는 나와 노는 데에, 가족과 현재를 사는 데에 쓰는 게 천 번 옳다.

우리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의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마음 졸여도 끙끙거려도 미워해도 그들은 어차피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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