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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Jul 31. 2022

인수인계는 알잘딱깔센!!

마지막 업무만큼은 내 방식대로 간다

약 한 달의 여유를 두고 퇴직 의사를 밝혔으나, 후임자 지정이 지연되고 후임자와 나의 휴가까지 엇갈리면서 인수인계는 마지막 주에 몰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자료가 완벽할 필요는 없었지만, 성숙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기에 인수인계에 앞서 시스템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엑셀 포맷들을 좀 더 깔끔하게 다듬어 두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업무별 PPT 설명 자료들도 만들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 작업들 자체가 귀찮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작품 몇 개를 더 만들어 보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경험은 인생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지론이기에.


하지만 아직 퇴사 사실을 모르는 유관부서 담당자들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연락을 했다. 혹 미리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기존 운영 업무나 관여하던 이슈들은 나에게 연락하는 편이 그들 입장에서는 훨씬 나은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카운터 파트너들은 이해해주자. 귀찮고 번거로운 업무가 미운 것이지 그들이 싫은 것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까지 월급은 나오니까"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월요일부터 인수인계 세션을 마련해 업무별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매일 생목으로 두 시간 이상 내리 말을 하고 나니 목과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팀장과 후임자는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 했고, 질문과 부연 요청이 이어졌다.


그즈음은 출근길 회사 계단과 엘리베이터조차 꼴도 보기 싫어지면서 스스로 멱살을 잡고 출근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왜 자꾸 물어보고 난리야?"라는 저항감이 용솟음치기도 했다. 끝까지 말년 병장 놀이를 허하지 않는 팀장의 뼛속 깊은 비즈니스적 마인드에 속이 뒤집어질 뻔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퇴사를 3일 앞두고 신규 이슈 대응을 맡기기도 했다. 본인이 내 전임자였으며 인수 인계자가 있는데도 나를 콕 집어 지정한 것이다. 질릴 대로 질려 버렸지만, 이제 과거형에 머물 사람을 설득하고자 시간을 쓰는 것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 소모가 싫어 바로 AI에 빙의하여 관련 부서에 메일을 썼다. 간결하고 명료하면 충분했다.


한두시간 지나자 관련하여 수신인 혹은 참조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문제는 과거 이력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과거 이력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고래를 떠올리 듯, 내게도 이 업무에서 빠져나갈 한줄기 빛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출처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

그들에게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를 설명했다.


"전임자는 (지금 팀장 이름) 팀장님이었고, 히스토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며 저는 전혀 모릅니다. 게다가 저는 이번 주 금요일을 끝으로 퇴사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Follow Up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도와드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다행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다.


사실 팀장의 후임자가 된 이후, 그가 맡았던 시절의 업무 구멍으로 인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쓰레기를 치우는 건 내 몫이었다. 그는 도움은커녕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날, 6시 퇴근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읊조려본다.


"어머나! 모르겠다는 말은 이토록 간편하고 편리한 방법이로군요!"


최소한 마지막 한주는 좋아하는 일이라면 내 방식대로 즐기면서 했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은 스스로 일용직이라 생각하며 성실하게 임했다. 쓸모만 고려한 부당한 지시는 "모르겠다"는 태도로 걷어내 버렸다.


기가 막힌 알잘딱깔센이로세!

완벽한 시나리오에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였다.


[알잘딱깔센] 인터넷 1인 미디어에서 유행하게 된 말로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를 줄여서 표한한 말이다.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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