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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사대제 Mar 27. 2024

악마들의 전쟁: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02

유대와 아랍의 끝없는 분쟁

표지 사진: 2023년 10월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이언 돔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발사한 까삼 로켓을 격추하고 있다. @ AFP. 2023-10-11





제 1 장  2023년 10월 7일에 발발한 추악한 전쟁 02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과거의 선례를 좇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되로 받고 말로 갚아주기’ 전술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은 정규군(IDF: Israeli Defence Force)과 예비군을 총동원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가자지구를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릴 기세다.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the El-Remal area of Gaza City)의 참상 / 출처: Wikipedia,  <Israel-Hamas War>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집단 학살하고 병원, 학교 등 민간시설과 UNRWA(The 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 시설까지 무차별 폭격을 가해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민간시설이 파괴되는 것은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우고, 민간시설을 그들의 기지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1월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소로 이루어진 재판을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판결을 전면 무시하고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쯤 되면 이스라엘의 정도를 넘어선 가혹한 처사는 국가 차원의 테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참극의 전형이다. 

     



역사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시초를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이 벌인 사기극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대와 아랍 양쪽에 서로 상반된 약속을 한다. 


아랍인들에게는 후세인-맥마흔 서한(Hussein-McMahon Correspondence: 영국의 이집트 주재 고등 판무관 헨리 맥마흔(Sir Vincent Arthur Henry McMahon, 1862~ 1949)이 아랍의 정치 지도자 후세인 빈 알리(Hussein bin Ali al-Hashimi, 1854~1931)에게 제1차 세계 대전 중인 1915년 1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쳐서 전달한 전시외교정책에 관련한 서한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아랍이 영국 편에 서서 오스만 튀르크 제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주면 전후 서아시아 지역에 독립된 아랍 국가를 수립해 주겠다는 영국의 약속이 담겨있었다.)을 통해, 그리고 유대인들에게는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 1917년 11월 2일 당시 영국 외무장관이었던 아서 밸푸어(Lord Arthur James Balfour, 1848~1930)가 유대인 대표였던 월터 로스차일드 종남작(Walter Rothschild, 2nd Baron Rothschild, 1868~1937)에게 보낸 편지 속에 유대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협조해 주면 전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들을 위한 독립 국가를 수립해 주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을 통해 각각 독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은 애당초 아랍과 유대 어느 쪽과의 약속도 지킬 의사가 없었다. 제국주의 확장의 야욕을 품은 영국은 프랑스와 밀약(사이크스-피코 협정: Sykes–Picot Agreement, 이 협정은 1916년 5월 16일에 최종적으로 조인되었다.)을 맺어 전후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가 풍부히 매장돼 있는 서아시아 지역을 분할ㆍ점령할 계획이었다. 


전후 영국에게 배신당한 유대인과 아랍인은 공히 분노에 사로잡혀 폭동을 일으켰고, 사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자 1948년 5월 14일 영국은 무책임하게도 팔레스타인 문제를 UN에 떠넘기고 골치 아픈 땅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해 버렸다. 


결국 유대와 아랍의 갈등은 전쟁으로 폭발했고, 네 차례나 이어진 전쟁에서 연거푸 승리한 유대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얻었으나 패자가 된 아랍인들은 절망과 굴욕을 감수해야만 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은 삶의 터전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 이것이 지난 76년간 이어져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 참고: 사실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을 ‘팔레스타인인(Palestinian)’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류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은 아랍이나 이슬람과는 무관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팔레스타인이 이슬람의 기본 교리인 ‘5주(柱)와 6신(信)’ 중 다섯 기둥(5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Pillar의 형용사형인 Phillistines가 영어로 'Palestine'이기 때문이다.(출처: 이원복, <<가로세로 세계사 중동: 화려한 이슬람세계를 찾아서>>, 김영사, 2007, P.172) 하지만 아랍인들의 이런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이 지역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이라고 부른 것은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 B.C. 484~B.C. 425)의 저서 <<역사(Ἱστορίαι, Historíai)>>에는 당시 페니키아 이남에서 이집트 이북에 이르는 지역이 ‘팔라이스티네(Παλαιστίνη, Palaistínē: 이 지명이 라틴어로 ’Palestina‘이다.)'라는 지명으로 기재되어 있다.(출처: Herodotus, Volume 4. P.21. 1806. Rev. William Beloe translation) A.D. 131년 제2차 유대 반란을 진압한 로마 제국은 유대인들을 그들의 고향에서 모두 추방(Diaspora)하고 그 땅에서 유대인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기 위해 지명마저 유데아(Judea: 유대인들이 사는 땅이라는 의미)’에서 과거 그리스 시대의 지명이었던 ‘팔레스티나(Palestina)’로 바꿔버렸다. 


팔레스티나는 ‘열주식(列柱式, colonnade) 건물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유대인들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Exodus)해 광야에서 40년을 헤매다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가나안 땅에 정착했을 때, 이미 그 지역을 점유하고 있던 선주민(先住民)이었던 필리스틴인(Philistine, 한국어 성경에는 이들이 ‘블레셋인’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삼손을 유혹한 데릴라와 다윗이 투석구(投石具, Sling)로 때려죽인 거인 골리앗이 바로 필리스틴인이었다. 


이들은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도래(渡來)한 해양민족으로 유대인들보다 앞선 문명(철기 문명)을 보유했기에 오랫동안 유대인들을 핍박했었다. 필리스틴인들은 남유럽계 인도유럽어족으로 유대인이나 아랍인이 속한 셈족(Semites)과는 전혀 다른 혈통을 지닌 민족이었다. 그리스계 민족답게 열주식 건물(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을 많이 지었기 때문에 '필리스틴'이라는 민족명을 얻었다. 


필리스틴 왕국은 사울이 유대왕국을 세운 이후 점차 쇠퇴하기 시작해 다윗왕 이후 유대인들이 지역 패권을 장악하자 세력을 잃어버리고 주변 민족에 흡수돼 소멸해 버렸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자기 땅이라며 다투는 지역은 A.D. 131년 개명된 이래 로마 제국이 존속하는 기간 내내(131~1453) 같은 지명이 유지됐기 때문에 후대에도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 자체를 몹시 못마땅해 한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그 땅을 ‘에레츠 이스라엘(Eretz Yisrael, The Land of Israel)’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 2 장  유대와 아랍 분쟁의 기원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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