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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디카시

by 청현 김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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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당신의 강물이

내 마음의 강물로 흘러들어

갈등과 고통의 부유하던 시간 들

마음을 비우고 돌아보니

서로의 계절이 되어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다



<시인의 눈>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부부로, 연인으로, 친구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삶의 결이 다르고, 생각의 방향이 다르기에,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서로를 바라보면, 그 다름은 점차 이해로 바뀌고, 결국 또 다른 자아의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세월을 건너며,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마치 "두 물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물머리처럼 서로에 스며들며 흘러간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의 거대한 강, 한강이 되어 흐르는 곳이다. 두 물줄기는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곳에서 조용히 머물며 서로를 받아들이고, 섞이고, 하나가 된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관계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두물머리의 오래된 느티나무와 잔잔한 물결, 안개 속에 떠오르는 해는 서로 다른 계절을 지나며, 다름을 품고 서로 흘러간다. 우리도 그렇게, 서로의 물살을 받아들이며,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인생이라는 강을 함께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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