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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지 Jun 21. 2024

사랑하는 가족이 천국에 당도하길 바라는 마음

그거 하나로 착하게 살아보려해



성선설, 성악설, 성무성악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는 참 많이 있는데, 결론은 종교로 귀결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든 악하든 인간은 모두 죽기 때문이다.


당장은 오늘 뭐 먹을지, 좀 이따 어디 갈지, 어떻게 하면 빨리 지금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지

그런 생각들로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데, 살면서 한번은 현타를 경험하고 삶을 고찰해야하는 시기가 온다.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지금도 길거리와 지하철에 성경책 안고, 팻말 들고 혼자 중얼거리는 중년 전도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나님을 믿고 천국 가십시오."


참 왜 저러나 싶었다, 만약 내가 50년 뒤에 죽는다면 

50년 뒤 천국행 티켓 예약하려고 지금부터 매크로 돌리라는 건가? 너무 비효율적인데


현재를 잘 살아야 미래도 잘 사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여기엔 한 가지 오류가 있었다.


내가 50년 뒤에 죽을 거란 확실성이 없다는 것


내가 지금 10살이든 20살이든 90살이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 수많은 전도사들이 인생에 어떤 난항을 겪고 전도를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시련을 겪고 믿음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사업 실패, 시한부 판정 등..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생길 때 삶을 돌아보고 종교에 의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먼저 간 사람들이 저승에서 와이파이 연결해서 톡을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로켓 타고 우주로 가도 사후세계는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내 마음은 천국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득 차있다.


다정하고 너무나도 선한 우리 아빠,


고생만 하다가 아프기만 하다가 

육체가 끝나서 영혼도 끝난다면

그건 너무 쓸쓸한 인생 여행으로 느껴진다.



천국에서 지금 아주 잘 쉬고 있다고 믿고싶다.


그래서인지 과연 인간의 본성이 착한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천국이 없다는 확답을 들으면, 누가 선하게 살려고 할까?

떠난 부모님이 하늘에서 날 지켜주고 계시니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라, 

그런 말들을 듣지 않았다면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천국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본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아빠가 숨이 차서 잠을 못 자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약물 치료로 상황이 호전되었을 때 


항상 새벽기도를 나가서 아빠가 건강해질 수 있길 비셨다.



그리고 아빠가 떠나게 되었을 때, 정말 오랜 시간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를 하셨다


나도 종교가 있었다면, 아빠를 좀 더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고모가 울면서 중얼거리는 기도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나님, 제발 저희 오빠를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삼일장을 치루고, 이제는 아빠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날

고모는 내 손을 잡고 말해주셨다


"아빠는 너무 좋은 분이셔서 반드시 천국에 가셨을 거야. 우리 착하게 살다가 아빠(오빠) 만나러 가자"


-우리 착하게 살다가 만나러 가자

-우리 착하게 살다가 만나러 가자


기왕이면 지금은 안 갔으면 좋겠지만, 떠나야 한다면 여기로 가라


천국


천국이 있다는 거 하나 믿고, 

언젠가는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착하게 살아보겠다니..


고모는 정말 너무나도 착하다

그게 우리 아빠 혈통의 특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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