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시골마을이라 농사짓는 사람이 많다. 만나면 농작물 키우는 이야기는 빠지질 않는다.
"올 가을배추는 절단 났어" (이 고장 사람들은 표현을 참 강렬하게 함)
"잘 된 집도 꽤 있던데"
"벌레도 배추벌레 한 종류가 아니야 여러 종류가 배추 안에 덩그러니 앉아 다 먹어 치워"
"빨리 심은 건 녹아내렸고 비 온 뒤 심은 건 탁근을 했어"
여자 네다섯 명이 모이니 서로 한마디 더 해보려고 애를 쓴다.
"농사도 못할 일이야"
"대농집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러자 한 언니가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왜 있는지 이제는 알아"라고 한다.
'아니 갑자기 이건 뭔 말?' 궁금증이 확 올라와 귀를 쫑긋 세운다.
가을에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며 다시는 농사를 안 지을 거라고 다짐을 한단다 그렇게 겨울 한철을 지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루해져 뭔가를 찾게 될 즈음이 씨 뿌리는 계절 봄이 된단다.
진정 농부의 루틴이다.
맞아~!!!
휴식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다.
자꾸만 달려야 하고 더 멀리 더 빨리 가야 한다고 스스로 몰아세우지 말고 잠시 멈춰 서야 한다. 몸은 다시 힘을 얻고 마음은 제자리를 찾는다.
소소한 수다 속에서 쉼의 귀중한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가을비가 조용히 내린다.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내 삶을 잠시 멈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