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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생존기8.

-우연한 재능의 발견.

by noodle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책방을 열고 알게된 사실 중 한가지는,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독립서점과 정말 다양한 북페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상상하지 못한 수만큼의 여러 지역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우연히 인천의 로컬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물포 웨이브'라는 행사를 알게되었습니다.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개항 광장과 독특한 창고형 건물에서 열리는 행사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짜임새있게 구성되어있었습니다. 책방 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이는 행사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주말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은, 스케줄 근무를 하는 나에게는 늘 고민거리입니다.(보통의 직장인들처럼 주말이 보장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주말이나 빨간 날 비행 스케줄은 더 바쁘기 마련입니다.) 때마침 언니는 튀니지로 긴 통역 일정이 잡혀서 내가 스케줄을 조정하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제물포 웨이브 행사장의 전경

어렵게 스케줄을 조율해서 참석한 제물포 웨이브. 이 곳에서 나는 우연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나 장사를 꽤 잘하는 것 같아요!!!

우선 나는 호객 행위에 능했습니다.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 같은 거였거든요. 와서 편하게 구경하시라고 말을 건네는 일은 20년간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온 나에게 어려운 일일리 없었지요. 그리고 나면 그들을 곰곰히 살폈습니다. 프랑스책방인 만큼,

1. 프랑스어를 할줄 아는 고객인가 아닌가.

2. 팝업북 등 아트북에 관심이 있는가.

3. 파리에 관심이 있는가.

4. 책을 구매하는데에 기꺼이 지갑을 열 의지가 있는가.

고객 분석 레이더를 돌렸습니다. 잠시 관찰의 시간을 가진 후에,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손님에게는 글밥이 있고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팝업북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러블리한 팝업과 아트북들을, 파리를 좋아하는 여자분들께는 파리 느낌 낭낭한 책들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들에게는 프랑스의 국민 뽀로로 추피를 권하는건 기본이고요.

그런 면에서 '프랑스어'로 제한되지 않은 고객층은 되려 나에게는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잘 모르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그들과 나는 동등한 입장에서 낯선 언어로 만들어진 예쁜 책을 공감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들에게 지갑을 열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비싼 가격을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시면 더 디테일하고 하지만 단가가 있는 팝업을, 가격에 흠칫 놀라워하시면, 가지고 있는 가장 단순하고 가벼운 가격의 책이나 열쇠고리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래 사려던 것인지 사실 알 수 는 없으나 나의 마케팅 전략이 통했을때!! 그 짜릿한 기분!!! 나는 마치 판매왕이라도 된 듯,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멀리 타국에 있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니!! 나 100만원 팔았어!!!!

첫쨋날 판매액 : 내일 100만원을 채우리라 의지를 불태웠죠

당시 우리 책방은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았고, 오신다고해도 한두권의 책을 사가시는 상황이었기에, 이틀동안 100만원의 판매를 한 일은 몹시 고무적인 기록이었습니다. 타국에서 출장 중이었던 언니에게, 당당하게 내 몫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 가득 뿌듯함이 차올랐습니다.

둘쨋날 판매액: 그리고 정말 100만원 채웠을때의 짜릿함!!!!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축제를 좋아했습니다.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은 삶을 살고 싶었어요.

항공사에 입사하고부터는 전세계 축제를 다 가보리라 마음 먹고,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로, 뉘른베르그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시드니의 비비드 시드니로, 샌프란시스코의 성소수자 페스티벌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원래도 축제를 좋아하는 나에게, 책방은 또다른 의미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꽤나 유치하고 직설적인 바램이, 희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내 삶의 가운데에서 나는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축제가 너무 좋아요. 나는 노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축제로 놀러오세요. 삶이, 곧 축제가 되는 삶. 나의 삶으로 와 함께 축제를 즐겨요.

책방리브레리가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같은 삶을, 함께 이루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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