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당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건 아니잖아요?
수술하는 의사의 삶
원장님, 경찰서 형사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OO님이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형사 고소하셨다고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듣던 '고소'라는 단어에
제 이름이 붙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분 치료가 잘 끝났는데, 과실치상이라니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환자분은 수술 중 심한 통증을 느꼈고,
그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수술을 하다 보면,
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저 역시 신이 아니기에
모두가 수술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수술 후 소독 및 관리도 최선을 다해 했습니다.
수술 결과도 괜찮고 부작용도 없어서
치료를 마무리할 시점이었는데,
이런 연락을 받고 나니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봉직의가 수술을 한다고 해서
금전적 보상이 큰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수술할 자질이 부족한가?'
'요즘 의료 소송이 잦다던데,
이런 스트레스를 계속 견딜 수 있을까?'
'사명감만으로 이렇게 일하는 것이 맞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습니다.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진 듯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김예지 선수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4년간 준비한 대회에서
0.01초 차이로 0점 처리가 되었지만,
그 실수를 대하는 김예지 선수의
'쿨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예능에서
그녀가 '0점을 쏘고 울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는 뒷이야기를 듣고
큰 힘을 얻었습니다.
나도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소송을 당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의사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요.
저는 더 좋은, 더 훌륭한 의사가 되어 이겨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