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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사

세종대왕의 진정한 모습

by 죠니야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이지만 대왕을 모시던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참 힘든 상사였을 것이다. 물론 상벌이 공정해 일한 보람을 느끼게는 해줬지만 관료들이 해야 하는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밤새워 일하다 새벽에야 겨우 눈을 붙이는 신숙주에게 입고 있던 곤룡포를 벗어 덮어주었다는 일화는 자애로운 세종대왕의 성품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신숙주에게 내려진 업무의 양이 어마어마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관료들의 입장에서 제일 좋은 상사는 머리 나쁘고 게으른 상사다. 아이디어가 없으니 새롭게 할 일이 없다. 일에 신경 쓰는 게 귀찮으니 자기도 안하고 남도 안시킨다. 그저 하던 대로, 관행 대로만 하면 된다. 머리 좋고 부지런한 상사를 만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오니 새로운 업무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업무에 대한 점검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관료들은 세밀한 시행계획을 짜고 빈틈없이 시행하고 결과가 성공으로 나오면 계속 시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실패로 나오면 실패를 수습한후 실패 원인을 밝혀서 수정한 후에 다시 시행해야 한다. 이러니 얼마나 힘들까?

세종대왕은 머리 좋고 부지런한 상사였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 관료들을 다그쳤고 결과를 독촉했다. 관료들은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세종대왕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종대왕 같은 분이 있었기에 우리는 천년, 만년 쓸 우리 글을 가질 수 있었고 당시 백성들은 개국 이래 최고의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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