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공주 한덕수와 여의도 금붕어 떼④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줄 압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 세계 통상 질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에워싼 지정학적 질서가 한 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저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길었습니다.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저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 놓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5월 1일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대국민 담화문 중)
아… 아전인수, 견강부회, 어불성설도 이 정도면 거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내가 글을 쓰면서도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주장인지 헷갈린다. 나라가 위기인데, 그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자가, 위기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국정 운영을 그만두고, 다시 한 달 후에 국정을 책임져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불과 한 달여 전인 3월 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챙겨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우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을 돌봐 주시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얼어붙은 민생 경제를 살피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신속하게 복원하고 국정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전국적인 산불 진압과 피해 복구 활동부터 꼼꼼히 챙겨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특히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해 장기간 공석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부터 신속히 임명해 줄 것을 요청 드린다. 아울러 여러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통상 관세 전쟁의 거센 파고에 맞서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대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본인 입으로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운전사가 운전대를 놓고 출마 선언을 해버린 거다. 자율주행인가?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