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공주 한덕수와 여의도 금붕어 떼 ⑤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속 언급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권한대행이 국정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그 권한대행이 다시 권한 대대행(실제로는 대대대행이 맡았지만)에게 국정을 맡기고 출마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초등학교 부반장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 출마하고 싶다면 애초부터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서울대, 하버드 출신에 두번이나 국무총리를 지낸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인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금붕어처럼 기억력을 상실했는지 국민의힘 지도부도 그토록 강조했던 ‘국정 걱정’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오직 ‘선거’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우리 당 후보끼리 경쟁해서 한 분이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4월 29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이미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 경선에서 승리한 대선후보와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실상 추가 경선이 있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아직 김문수-한동훈 후보 중 누가 이길지 결정도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링 밖에 한 명을 부전승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한 총리는 이틀 후인 5월 1일 사직하고 다음 날인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의힘 지도부 입에서 국정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한 나라 걱정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나라가 위기’라고 수도 없이 소리 높여 외쳤다. 하지만 그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또 그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행태를 지적할 때뿐이었다. 탄핵소추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을 때 그렇게 소리 높였던 국정 마비로 인한 나라 걱정은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4월 29일 당 대선 경선 선출자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경선을 확인해 주며 “그 (단일화) 과정을 통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더 큰 집을 지으면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경선은 이재명 후보가 되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반면) 우리 당의 후보가 한 대행과 경선해서 누가 이길지도 모른다. (단일화 결과는) 확정적 사실이 아니어서 국민의 관심을 더 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 됐다.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부전승으로 올라온 한 전 총리와의 추가 경선(단일화) 과정은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자기 자식 보기 부끄러울 정도의 막장 드라마로 관심을 받은 게 문제기는 하지만 말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반 이재명 빅텐트 성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독재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이런 정치인들이 하나가 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 민주주의 체제의 공고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힘의 기이한 행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 민주주의 체제 공고에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이 나라와 민주주의에 해를 끼쳐댔는지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으니까. 그런데 그들의 분탕질은 점입가경이었다. <⑥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