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저거 선거법 위반인 거 알고 하는 건가?”
“모를 수가 있어? 내일이 투표일인데?”
“투표 전날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깐다고?”
“와~ 정신 나갔네….”
“우리 알면서도 써야 하는 거야?”
“그거 노린 거 같은데?”
“쓰면 우리도 선거법 위반 아니야?”
“저 ×××이….”
작정하고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은 정신병자일까, 아니면 범죄자일까. 아마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의도 정신병원 안에 교도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때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007년 12월 18일. 출근하며 ‘오늘만 버티면 다 끝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유난히 발걸음이 상쾌했던 날이었다. 아~, 지난 1년여 간 얼마나 힘들었던가. 타사에 물 먹어서, 후배들이 말을 안 들어서, 기사 아이템이 없어서 깨진 나날들. 하지만 다 지난 일이고, 그날만큼은 모 드라마 대사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함께 한 그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이었으니까.
투표 당일은 개표 결과로 지면을 채우기 때문에 기사를 찾아다녀야 할 필요가 없다. 또 당선자가 결정되면 당연히 인수위 구성, 정책 변화 등 온갖 ‘핫’한 기사 경쟁이 붙겠지만 당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100% 예상됐고, 나는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출입 기자였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 대선에서 진 당 출입 기자가 써야 할 기사는 상당 기간은 별로 없다. 놀! 면! 된! 다!
그 즐거웠던 기분은 간단히 오전 보고를 하고 동료 기자들과 우아하게 커피를 한 잔하고 있을 때 무참히 깨졌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여론조사 브리핑을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하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도록 찍어내고 싶다”고 해 국민의 울화통을 터지게 한 그 분이다. 당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부동산 산업의 날’ 장관 표창을 거부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내홍으로 인한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 이름으로 대선을 치렀다.
불쑥 나타난 그는 “자체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에서 (한나라당)이명박 후보 34.2%,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8.5%로 5% 내 차로 좁혀졌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사 결과 두드러진 특징은 수도권에서 이명박 후보는 급 붕괴하고 있고, …(중략)… 특히 수도권 30~40대의 경우 이 후보 지지도는 반 토막으로 줄었다. 오늘 하루 더 지나면 또다시 반 토막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 후보의 30~40대 지지도는 4분의 1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핑을 듣던 우리는 경악했다.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