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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연상케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년 이하 징역,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날은 선거일 바로 전날이었다.
모르고 하지 않았냐고? 선거를 한두 번 치러본 사람들도 아니고, 모른다는 건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증거가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했지만, e메일로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는 수치를 다 삭제했으니까.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면 보도 자료에도 수치가 있어야 하지 않나. 대놓고 한 것이다.
의도는 명백하다. 당시 전통적인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중에는 투표를 포기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간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투표를 해봐야 소용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내내 대통합민주신당은 상당히 벌어져 있던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이제는 한 자릿수까지 추격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진짜로 박빙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었다.
그의 행동을 욕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물론 당연히 이 여론조사 브리핑은 보도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공신력 있는 외부 여론조사 기관이 한 것도 아닌 당 자체 조사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기자를 하다보면, ‘쓰면 안 된다’ 또는 ‘기사가 안 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이 쓰기 시작하면 휩쓸려서 쓸 때가 종종 있다. 기자 자신이 자신감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데스크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안 쓰겠다’라고 말하는 게 싫어서이기도 하고, ‘안 쓰겠다’고 해도 데스크에서 그냥 쓰라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아무튼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기자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출입 기자가 적은 곳은 그나마 기자들끼리 논의해 조절을 하는데, 국회처럼 등록 기자가 1000명이 넘는 곳은 기자들 간의 합의가 불가능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인터넷 언론에는 김현미 대변인이 의도한 대로 기사가 게재되기 시작했다.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