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③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이 브리핑의 실행 및 의사 결정을 한 사람들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불법을 저지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앞서 말한 언론의 이런 생리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데다, 더 나쁜 건 이 브리핑을 인용 보도한 기자와 언론사까지도 범법자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태연하게 저질렀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공표금지 기간의 여론조사 공표는 물론이고 이를 인용해 보도하는 것도 금지한다.
그리고 이게 정말 더 나쁜 짓인데… 자신들은 빠져나가겠다고 그날 밤 오후 8시경 각 언론사로 공문을 보내 “실수로 수치를 적시했다. 보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보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나. 그리고 충분히 의도한 바를 이루고 나서 저녁 늦게 ‘실수’라고 보도 자제를 요처하다니. 정말 실수였다면 오전 브리핑 직후 기사가 나가기 시작할 때 얘기했어야지.
기사는 제각각이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수치를 포함해 쓴 곳도 있고(주로 인터넷 언론 쪽), 아예 안 쓴 곳도 있다. 수치 없이 “격차가 많이 줄었다”라는 식으로만 쓴 곳도 있다. 나는 어떻게 써야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도 저 나쁜 행동을 알 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이렇게 썼다.
<대통합민주신당이 18일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정동영 대선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오차 범위 안으로 추격했다는 여론조사 수치를 공개해 비난받고 있다. 선거법상 12일을 넘겨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19일 투표 종료 시까지 공개가 금지돼 있으며, 위반 시 최대 2년 이하 징역,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자체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에서 이 후보 △△.△%, 정 후보 △△.△%로 △% 차로 좁혀졌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또 “수도권에서 이 후보가 급 붕괴하고 있고, 모 방송사 여론조사에서도 하루 만에 이 후보의 지지도가 △△% 급격히 추락했다. 오늘 하루에도 이 후보는 △△% 더 추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브리핑 내용을 출입 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내 주는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관련 수치를 모두 삭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8시경 각 언론사로 공문을 보내 “실수로 수치를 적시했다”며 “보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 동영상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조항 위반으로 보인다”며 “조치 수준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신당이 선거 막판에 허위 여론조사 결과까지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면서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 수치를 공개한 김 대변인 등 신당 관계자들을 전원 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