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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43>

○○.○%, ○○.○% ④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기사를 이렇게 쓰고 나름 나 자신을 기특해했는데, 다음날 개표 결과를 보니 그냥 무시해도 됐던 일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한 자릿수까지 맹추격했다고 했지만(물론 아무도 안 믿었다), 결과는 당시까지 역대 최대라는 531만 표 차이로 졌기 때문이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는 57만 표,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의 표 차는 39만표였다.)


당시에는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이 2021년 4·15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라는 당헌까지 개정해가며 공천을 강행했다 참패한 걸 보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DNA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꼭 큰 병원을 지어 치료해 주고 싶다.


꼭 치료해주고 싶은 당시 김현미 대통합민주신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에 대해서는 다른 기억도 있다. 2007년 초였던 것 같은데, 그 김현미 대변인이 의원 시절 각 언론사 말진(팀의 막내 기자) 몇 명과 오찬을 한 적이 있다. 후배가 다녀와서 해준 말이 인상적이어서 기록해놨는데, 자신은 반장들보다 당신들(말진)과 함께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통상 대부분의 언론사 정치부는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청와대 정당팀 외교 안보팀 등으로 구성되고, 정당팀은 여당·야당팀으로 나뉜다. 이 여당·야당팀의 팀장 기자를 반장이라고 보통 부르는데, 회사에서 정한 직급은 아니고 여의도 안에서 부르는 관습적 표현이다.)


이유인즉, 자신이 지금 초선 의원인데 뭔가 해볼 선수가 됐을 때(아마 3선 정도를 말한 것 같다) 지금 반장들은 다 현장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반장급은 보통 15년 차 안팎이니 그가 3선이 될 때쯤이면 여의도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아마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 당시에 각 언론사 반장은 당 대표, 원내대표 등을 무시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은 반장들과 친해지고 싶어 했는데 반대로 말진들과 함께 가고 싶다고 하니 왠지 멀리 볼 줄 아는,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생각은 앞서 설명한 여론조사 발표 모습을 보며 완전히 사라졌다. <○○.○%,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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