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감염병 ‘다만’증(症) 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다만’(일반 문법): 앞의 말을 받아 예외적인 사항이나 조건을 덧붙일 때 그 말머리에 쓰는 말.
예문=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만’ 법적인 처벌까지 받아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다만’(여의도 문법): 99% 잘못한 일도 인정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강변하고 싶을 때 또는 1%로 99%를 덮고 싶을 때 쓰는 부사. 뒤에 ‘이런 점도 있습니다’라는 말이 거의 관용구처럼 붙는다. 정상인의 눈에는 애처롭게 보이지만, 간신(奸臣)들에게는 말을 묘하게 꼬아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는 마법의 단어.
사용 용법=먼저 대다수가 지적하는 잘못을 한 두 문장 언급하며 마치 반성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그리고 ‘다만, 이런 점도 있습니다’라며 강변할 내용을 ‘아주 길게’ 설명한다. 일반 문법에서는 ‘다만’ 앞부분이 주(主)지만 여의도 문법에서는 ‘다만’ 이후가 주(主)로 주부가 거꾸로다.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패널들에게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다만’이다. 본래 뜻은 위에 설명한 대로, 대체로 지금 알고 있는 사안들이 맞지만 일부분 이런 다른 점도 있다는 걸 설명할 때 쓴다. 일반적으로는 ‘다만’ 앞이 본질이고, ‘다만’ 이후의 말은 보조적, 예외적으로 설명할 때 쓴다. 하지만 여의도 문법에서는 거꾸로다. 99% 잘못했는데 약간 애매한 부분이 1%라도 있으면 이 마법의 단어를 사용해 기를 쓰고 강변한다.
꼰대 할아버지 정치인들이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소위 배웠다는 교수, 판검사에 변호사, 의사 출신, 정치를 바꾸겠다는 20~30대 청년 정치인들이 나와서 ‘다만~’하며 기를 쓰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기보다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떤 시사 프로그램을 봐도 한 번 이상은 반드시 나오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중 한쪽은 항상 강변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왜 채널A, TV조선, JTBC, MBN 같은 종편 시사프로그램이나 KBS, MBC, SBS 같은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이냐면 그래도 이곳에서는 자기편을 옹호하기 위해 억지를 써도 일단 겉으로는 상식적이고 양식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진영을 막론하고 강성 지지층만 보는 유튜브 방송에서는 거의 듣기 어렵다. 과거에 여기서 주장하는 '다만증'의 일반 문법과 여의도 강변 문법이 동시에 나온 방송이 있어 소개한다.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