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을 간접 경험하는 일
사망신고서를 접수하는 일을 한다. 사실 사망 만이 아니고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신청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출생, 사망, 개명, 이혼 등이 그것이다. 다만 노인 인구가 많은 시골 동네에서 일을 하다 보니 사망신고가 제일 많고, 다른 종류의 신청은 거의 없다.
처음 사망신고를 접수할 때를 떠올려본다. 그 때는 누군가의 기록을 지우는 일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잔뜩 긴장을 했다. 확신없는 목소리와 어설픈 설명.
시간이 조금 흐르고 사망신고서를 받는 나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사망신고는 대부분 직계혈족 즉, 슬픔을 가장 많이 느끼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한다. 나는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조문객처럼 그들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 행정, 미소 행정을 강조하는 요즘이지만, 그들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가 없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그들을 맞이한다. 신고서를 작성하는 분들도 무표정한 얼굴로 신고서를 작성한다. 출생신고를 받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니다. 내 가족의 사망신고는 아니지만 나는 그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며 필요한 말만을 전달해드린다. 그들의 마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기에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전할수 있는 위로라고는 사망신고서를 한번에 작성할 수 있도록 공란을 채울 정보를 빨리 찾아내어 또렷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일 뿐이다.
사망신고를 접수하는 일은 타인의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다.
사망신고서를 접수 받은 날에는 내 기분도 가라앉는다. 슬픔도 옮겨진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가끔 혼자서 사망신고를 하시다가 고인의 살아 생전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들은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눈은 저 먼 곳을 보고 있다. 그들은 고인에 대한 못다한 말을 마지막으로 하시는 것일까.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이 생각난다. 저자는 일본에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특수청소 회사를 차린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의 현장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집을 청소하는 저자는 그들이 남긴 집안의 유품과 냄새 등으로 그 공간에서 살았을 고인을 생각한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전할 수 있는 위로라곤 일회용 주사기와 빈 약병, 그리고 아주 미세한 핏방울까지, 그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어떤 사수한 것이라도 찾아내어 흔적도 없이 지우는 일뿐이었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고인을 생각하고 그가 남긴 흔적을 지우는 일과 사망 신고서를 받으면서 고민의 기록을 더이상 추가할 수 없게 폐쇄하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자를 생각하는 일
죽은 자의 집 혹은 기록을 정리하는 일
남아있는 자를 생각하는 일
죽음을 간접 경험하는 일
죽음에 대해여 생각하는 일은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사망신고서를 접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