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일

사망당일 사망신고를 하는 사람

by 친절한 곰님

사망신고를 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신다. 그 분의 행동에서 얼른 하고 가셔야 할 것 같은 서두름이 느껴진다. 민원인은 신고자 란은 자기가 작성할 테니 나머지는 내가 작성해주면 안되냐고 말씀하신다.


나는 사망신고는 중요한 서류라 글씨를 잘 쓰지 못하셔도 천천히 직접 작성하여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민원인은 자기를 사망자의 조카라고 말하며, 고인의 아들이 있는데 장애가 있어서 사망신고서를 작성할 수 없어서 대신 왔다고 한다. 조카도 사망신고가 가능한 친족의 범위여서 신고서 작성을 안내해 드린다.


사망자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사망일자를 적는데, 사망일이 오늘이다. 사망시간은 오전 05시 30분이고 사망신고를 하러 오신 시각은 15시 30분경이다. 오늘 돌아가신 분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고 계신 것이다. 아마 장례식에 왔다가 사망신고 할 사람이 마땅치 않음을 알고 면사무소로 급하게 오신 것 같다.


사망 당일 사망신고를 받은 적은 처음이다.


나는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장례식을 치루는 것처럼 경건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고인의 서류상의 기록을 정리하는 시간. 그래서 대부분의 가족들은 장례를 치루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사망신고를 하러 온다.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는 중에도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이고 나 역시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들이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 드린다.


사망신고서에는 고인의 인적사항을 적어야 하는데 가족이면 그 내용을 알려드리기 않아도 작성을 하신다. 그러나 오늘 오신 사망자의 조카는 주소는 물론이거니와 세대주가 누구인지도 모르기에 나는 고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알려드린다.


우리말에 '성의껏'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성스러운 뜻을 다하여'이다. 사망신고서 작성은 '성의껏' 해야 하는데 이 분은 마음이 급하신건지 고인과의 유대감이 없어서인지 급하게 작성을 하신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바빠진다. 혹시라도 오타가 나면 다시 작성을 해야 하고 그러면 그분의 시간을 빼앗아야한다. 그의 볼펜이 종이에 닿기 전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 빠르게 설명을 드린다.


사망신고를 많이 받아왔지만 이 장면이 자주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안타까움'이 일어서다. 돌아가신 분이 누군인지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그 분의 사망신고서 작성에는 성의가 빠진거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는 분도 그 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보통과는 다른 사연의 사망신고를 받는 날은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왕이면 돌아가신 분과 각별하였던 사람이 사망신고를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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