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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안장애를 극복하게 된 전환점>

감사의 힘

by 진다르크

대부분 현대인들이 불안을 느끼겠지만 나의 기질은 어릴 적부터 순하고 긴장감과 불안감이 또래보다 더 높은 아이였다. 게다가 신경질적이고 통제적이셨던 어머니로 인해 내가 큰 결핍과 불안이 생기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제대로 된 어리광도 못 피우고 내 감정 표현을 하지 못했다. 특히 싫다는 거절 표현을 못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화병이 심했었다.


나는 겁도 많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나는 늘 걱정과 근심을 달고 살았고 불면증은 일상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나면서 심장이 꽉 쪼이는느낌을 자주 느꼈다. 사소한 일에도 염려하며 자기 전 늘 내 실수를 곱씹었고 자아상철이 아닌,자책과 비난을 많이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 맞다. 그래서 난 20대 전부를, 아니 10대부터 20대까지 우울증으로 살았다. 불안장애 중 내가 주로 느꼈던 감정들은 과거에 대한 자책과 후회, 불안이었다. 후회 중에서는 주로 지나간 시절 인연에 대한 미련이 제일 컸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내가 왜 그 사람을 놓쳤을까에 대한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피해의식에 늘 가득차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자신이 매우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다. 늘 우울감과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마음도, 생각도 습관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행복도 연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다시 내 삶을 바꿔보기로 했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10년 전 내가 세웠던 계획 중 이룬 것은 별로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덜속상해하거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마음을 오히려 내려놓기로 했다.


대신 ‘ 운칠기삼’ 좋은 운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좋은 운을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 감사 표현을 하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기도의 방식도 욕망의 기도가 아닌 ‘시련과 고난이 와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소서’라는 순수의기도를 하게 되었다.


2017년 봉천동 3평 원룸에서 처음 서울살이를 시작했을 때 난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3500원이 없어서 바닐라 라테를 못 마셨던 그때를 떠올리면 사소한 거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사성어 중 ‘새옹지마’가 있다.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구나. 귀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악인 한 명을 안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20대 시절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인연들이 있었다.부당한 여러 개의 소송건에 휘말려 있었고 사기도 당해서 수십번씩 경찰서를 오고갔다.어느순간 맨발로 어디든 도망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나는 죽으려고 했다.


난 혼자였고 너무나도 외로웠다.정말 죽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였다.약 5년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악연들과도 끝을 맺었다.


난 그때 그 시절만 생각하면 지금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껴진다.아무 일 없는 무난한 하루가 누군가에는 지루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평온함의일상들이,내가 무사한것에 대해 감사함을 크게 느낀다.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감사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힘든 시기가 없었으면 과연 이렇게까지 감사함을 크게 느낄 수 있었을까.


불교 용어 중 내가 좋아하는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몇 달 전 제주도 여행 시 있었던 일이다. 장마 시기라 비가 많이 왔었는데 "재수 없게 비가 오니 짜증 나네"가 아닌 "비가 오니 더 운치 있다"라고 생각하며 여행했다. 마음과 생각의 습관을 의식적으로 바꾸려고 계속 노력했다.


가끔은 긍정적인 형용사 즉 아름다운, 흐뭇한, 감사한, 평온한, 평화로운, 충만한, 고요한, 유쾌한, 즐거운, 신나는 등을 써 내려가거나 눈을 감고 그 기분을 미소를 지으며 상상했다.


그리고 매일 팝콘이에게 “사랑해 팝콘아 오랫동안 건강해”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기상 후와 자기 전에는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준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립보서 4장 6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 16:9>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


올해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게 되면서 성경을 공부하게 되었고 모든 일은 그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어나고 하느님의 뜻이 있고 계획하심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꾸준히 주일 미사에 참석하며 신앙에 의지하고 매일 기도를 했다.


그리고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날에는 내 마음이 깨어있을 수 있도록,일상생활 속에서도 신앙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마음을 챙기려 노력했다.어느 순간 신앙심으로 인해 두려움이 적어졌다.


“오늘도 제가 건강하게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건강한 두 귀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자기 전 늘 감사 기도를 올린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알았다. 내가 그동안 오만했다는 것을.


또한 부정적인 뉴스나 범죄사건과 관련된 기사는 헤드라인만 잠깐 보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어차피 세상은 내 편이야 세상은 날 도와주고 있어’라고 되뇐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영상이나 종교적인 내용의 오디오를 자주 접하려고 한다.

기상 후에는 2,3분의 명상을 하고 틈틈이 요가 수련을 하려고 노력한다.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그렇다고 꼭 요가와 명상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설거지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독서를 할 때도 ‘일심’과 ‘무시선 법’ 즉 ‘선’을 할 수 있다.

내가 현재에 있도록 해준다.그럼 불안이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땐 2030년 미래의 영진이에게 일기를 쓰며 "너 지금도 씩씩하고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그래 나라고 못할게 뭐가 있어. 너 꿈을 이루었구나. 나도 잘될 수 있지”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간혹 유기견 봉사를 한다.

‘오늘 다 같이 청소를 하니 아이들이 더 깨끗한 환경에서 잠들 수 있겠구나.내가 얼른 부를 누려서 성당에 헌금을 더 많이 해야지.유기견 센터와 낙후된 수녀원에도 기부를 더 많이 해야지.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구나. 다음에는 보육원 봉사도 해봐야지.성당에 청년 성가대 활동과 주일교사도 꼭 해야지.’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닌 타인에게 베푸는 기쁨과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


‘제가 타인에게 많이 베풀고 사랑을 많이 나눠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상생의 인연들 속에서 제가 늘 감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 주변 인연들이 평온하고 늘 건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봉사와 기부를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와 소망을 배웠다.


아직까지는 나이 먹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상생의 인연들을 만날까.

어떠한 감사한 일들이 또 일어날까.


공지영 작가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일부분 중에서는

어느 한 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한탄하고 슬퍼하니 수녀가 말했다고 한다."왜 당신에게 그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 구절을 잃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왜 나에게 이런 나쁜 일이 자꾸 일어나지’

나는 늘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에 빠져있던 사람이였다.

어느 순간 좋고 나쁨은 없고 나의 관념대로 보는 것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냥 이런 일, 저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수련을 오래한 성직자들 조차도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완전히 사라지기는 불가능하다.그냥 불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하기로 했다.그리고 걷고 또 걸었다.반려견 팝콘이와 비대면 마라톤 5KM를 나가거나 동네 산책을 했다.올해 10KM 마라톤을 출전했을 때는 발바닥 통증과 숨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완주를 꼭 하고말 것이라는 생각 이외에는.올해 피아노와 발레학원을 등록했다.감각과 연주에 집중했다.그리고 알았다.‘아 내가 그동안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늘 가있어서 현재가 불안했었구나’


나는 항상 스마트폰으로 불안을 회피하곤 했었다.

모든것은 마음과 생각의 습관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지금 우울하구나.’ 즉 내가 지금 어떠한 감정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통해 내 마음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공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런데 현대사회는 자신의 마음을 간과하는 일이 많다고 느낀다.


물론 쉽지는 않다.완벽하다면 난 중생이 아니라 성인일 것이다.그러나 계속 연습하니 불안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비로소 멈추어서 바라보면 내 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인간관계나 연애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감정 표현의 중요성은 더욱더 드러난다. 어느 날 전 연인이 "넌 말을 참 예쁘게 하는 것 같아 나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러 연기하는 거 아니야?" “오빠 내가 말하는데 오빠가 자꾸 스마트폰만 봐서 내가 좀 속상해 경청 좀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자 "속상하다고? 그런 표현 쓰는 사람은 처음 봤어"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부분 어릴 적 환경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 표현에 더더욱 서툴고 어색하다.


하지만 우리 엄마도 매사에 강압적이셨고 난 어머니가 늘 무섭고 어려워서 어리광 한 번도 제대로 못 피웠다. 그래서 나 또한 내 감정 표현에 매우 서툴렀고 아직도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하고, 거절과 싫다는 표현은 더더욱 못해 화병도 심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환경 탓, 부모님 탓을 할 수도 없다. 지금처럼 내 감정에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꾸준히 매일 노력하고 연습 또 연습했다는 것이다.


결국 ‘계속 연습’하면 바뀐다는 것이다.


마음의 습관도, 언어의 습관도, 생각의 습관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습관도.나의 에너지도.


부정적이고 매사에 불평불만 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고 멀리했다.가족도 예외는 아니였다.부정적이고 매사에 신경질적인 엄마와 언니들을 제일 멀리했고,친구들 또한 서서히 거리를 두었다.환경은 중요하다.

내 주변에 어떠한 사람이 있는지는 더 중요하다.


그러나 환경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한 듯하다.


나의 생각을 바꾸니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일하는 환경은 똑같지만 나의 태도와 기분이 달라졌다.내가 저 사람의 말과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나의 불안은 달라졌다.


그리고 나와 언어의 결이,생각의 결이 비슷한 인연들만 남게 되었다.


나를 아프게 한 인연을 놓지 못하고 있을 때는 ‘내가 지금 지나간 시절 인연에 집착하고 있구나. 나의 집착 때문에 괴로운 거구나. 모든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구나’라고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


‘모든 것은 다 변하고 사람 마음도 변하고 영원한 건 없으니까. 그래도 그 사람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고 덕분에 내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우리 모두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잖아. 그러니 앞으로는 이 순간에 더 최선을 다하자. 이 순간은 다신 오지 않잖아.그 사람에게 고맙다라고 말하고 싶어.우리 다음 생에 또 만나자. 과거에 인연이었기에 이번 생에 또 만난 거니까. 비록 이번 생은 아쉬웠지만, 이미 끝난 인연은 다 뜻이 있고 시절 인연이 있기에 마음으로 담아두자.더 좋은 상생의 인연들을 만날거야.’라고 말을 건네주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오늘 하루가 제일 젊은 날인데 과거에 갇혀있는 게 너무 아깝지 않아? 자꾸 과거에 대한 자책과 후회만 한다면 이 또한 나 자신을 학대하는, 나를 갉아먹고 있는 거야’ 라고 계속 ‘생각 연습’을 했다.


자책을 할 때는 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적당한 자아성찰까지만 하자.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더 현명해지고 여유로워질 거야’ 라고 더 이상 자책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나에게 칭찬 일기를 써주었다 "영진아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그럴 수 있어. 너 정말 힘들었지?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그래도 너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버틴 거 보니 너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나는 계속 스스로를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과거의 나 자신에게 꼭 안아주었다.

난 지금 이 순간을 항상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안이 밀려왔을 때는 내가 왜 불안한지 마음을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써내려갔다.‘내가 지금 외롭구나. 공허하구나. 괜찮아. 넌 혼자 조용히 방에서 지낼 능력도 지니고 있고, 이 은둔의 즐거움을 즐겨봐. 타인에게 너무 의지하면 대가도 따라오고 실망도 크잖아. 지금 건강하고 팝콘이도 옆에 있고 책도 있고, 쉴 수 있는 집도 있잖아.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니.’


나는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계속 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지금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라는 사실을.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며 늘 실천하려고 노력했다.그리고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미래에서 과거로 간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말의 상처를 받았을 땐 ‘내가 지금 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안 보고 내 관념대로 저 사람을 보는 거 일 수도 있겠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밖에 말을 못 하는 거 보니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겠구나. 그릇이 작은 사람이구나. 난 저렇지 말아야지’라며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계기가 된다.해석을 달리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내 자신을 괴롭히는행동임을 알았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다른 시련과 고난이 올 것이다.그럴때마다 난 그 어려움에 굴하지 않겠다고 하는것은 큰 오만이다.시행착오가 와도 난 감사의 힘을 알기에 고난을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견딜 것이다.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도우며 살아가는게 나의 소망이다.


감사할 건 너무나도 많다.

나는 범사에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의 힘은 매우 크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나는 신발이 없다고 불평했었다.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글귀다.


감사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단어이다.

오늘도 나는 감사일기를 쓰고 잘 것이다.


"오늘 충만한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건강한 두 발로 산책하고 평화롭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작지만 소소한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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