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예쁘게 물든 빛깔이 나를 유혹한다.

by 별이 빛나는 밤에

손이 시리다.

맑은 콧물이 흐른다.

거친 호흡은 삶이 꼬꾸라질 것 같은 긴박함을 부른다. 아쉬운 가을이 애절한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볼 수 있을 때 누려!

느낄 수 있을 때 실컷 봐?'


매일 보는 동탄 호수공원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게 물들었다. 오색빛깔 아름답게 물든 단풍들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며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유혹했다.


똑같은 풍경인데 내 마음속에 짧고 아쉬기만 한 운치 있고 정감 있는 자연의 속삭임을 가슴속에 자꾸 저장하고 싶은가 보다.


이 또한 지난 간다는 사실, 짧고 아쉬운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어 더 간절한 자연과 눈빛 교감을 하나보다.

곱은 손과 으슬으슬 추운 냉기가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빈 속으로 갖은 에너지 꺼내 썼더니 뱃속에서는 밥 달라 아우성이다.


종이컵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가 좋다. 이러다 가을이 눈에 멀어지고 시리고 차가운 겨울이 금방 우리 곁을 머물겠지!


"아이 추워'

뜨거운 찜질방과 따뜻한 온돌 방바닥에 몸을 한없이 누이고 싶다.


집에 가야 하는데 얇은 반팔차림으로 사늘한 가을 문턱에 나서고 싶지 않다.


이른 아침 비장한 각오 하나로 밖으로 나올 때는 언제고, 이제 쏙 들어간 나약한 자아만 남았냐?


무인커피숍에서 30분 동안 차갑게 식어가는 커피 한 모금과 손바닥만 한 자판기 붙들고 훌쩍훌쩍 뒤엉킨 생각들을 잡아놔 봐!


아직 끝나지 않은 달리기의 미련이 아쉬운 거니?

아님 이런 떨림과 아련함을 즐기는 거니?

아님 남아있는 커피 한 모금이 그리운 거니?


아쉽고 그리울 때 놓아주는 거야!

오래 붙잡으면 깊숙한 간절함이 사그라들어!


다시 오지 않은 긴 침묵아~안녕!

모든 삶은 인내로부터 시작된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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