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2011년 당시 대리였던 그는 용감하게 퇴사를 했다. 입사한 지 고작 4년이 된 그가 말이다. 요즘에야 4년이면 오래 다녔네! 하겠지만 당시엔 모두에게 화젯거리였다. 이직이면 그럴 수 있다지만 돼지국밥집 사장을 하겠다는 그였으니 더욱 놀랠 노자였다.
퇴사와 함께 그는 부산 구서동에 돼지국밥집을 오픈했다. 규모도 규모였지만 카페 같은 스타일로 오픈한 지 몇 개월 후부터 웨이팅이 시작되었다. 당시 24시간 오픈으로 구서동 하면 맛집으로 그 집이 떠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가끔 들러 가족들과 식사를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그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가 퇴사를 한 지 12년이 된 2023년 어제, 그를 참으로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만났다. 그간 살아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쉽지만은 않았던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돼지국밥집을 오픈하고 3개월간 몇천만 원의 적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고. 딱 3개월의 적자 이후 갑자기 몰려든 손님으로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이후 서면에 야심 차게 오픈한 피자가게. 피맥이 가능한 집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프랜차이즈였지만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는 그.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해 서울 대학로에 모 디저트 카페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월세 3천만 원의 대형 매장으로 월 매출 1억 원을 찍었다.
권리금까지 해서 20억 원에 넘기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월 1억 원인데 굳이 넘길 필요가 있을까 싶어 고민고민 끝에 거절했다. 거절한 다음 달, 재료 재활용 이슈의 언론 기사가 떴다. 재활용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기사가 나가버렸고 브랜드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생겼다. 매출은 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때 넘길걸...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러 20억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매장을 넘겼다.
그는 지금 구서동을 비롯해 다른 한 곳에 같은 브랜드의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 셋의 아빠인 그도 벌써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여전히 내겐 어린 신입사원 같은 그다. 그에게 물었다. 12년 전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지금 어땠을 것 같냐고. 지금보다 수입은 좀 덜하겠지만 재미있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는 그.
안정적인 직장생활 VS 파란만장한 사업생활
절대 같은 결일 수 없는 두 인생의 갈래 길. 우리의 모든 순간이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와 같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의 결. 그래서 어쩌면 더 재미있는 인생이 아닐까. 후회보다 지금을 즐기며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를 상상해 보자. 후회와 안심이 교차하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지혜가 번뜩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