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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an 01. 2024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레시피 퍼레이드

2주간의 기러기 아빠, 핸드메이드 혼밥 리스트업

아내와 아이가 처남 가족의 있는 태국 방콕으로 떠났다. 그것도 2주간, 그것도 연중 가장 피크인 크리스마스 날! 뭐 하고 놀지? 보다 뭐 먹고 있지? 가 앞서는 2주. 술자리보다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시간으로 함께하고 싶었다. 넷플릭스로 짜릿함을, 도서관에서 푸근함을, 맘껏 글을 쓰는 시간도 좋았지만 나를 위한 밥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재료를 다듬는 과정, 설거지 지옥이 기다렸지만 러프하게 플레이팅 된 음식들을 보면 아 이래서 내가 칼을 드는구나 싶었다.




1. 한우와 계란프라이, 갓김치로 만든 간단 정식

퇴근 후 돌아와 불 꺼진 집의 불을 켜고 냉장고를 열었다. 가족이 방콕 가기 전 남겨진 살치살 7점이 떠올랐다. 계란 프라이 2개를 구워내고 고기를 구운 후 갓김치와 플레이팅 했다. 오늘까지 쿠폰 기한인 샌드위치를 빵집에서 찾아왔던 터라 최대한 간단히! (빵집 샌드위치가 2개에 무려 7,100원인 사실에 서프라이즈! 프랜차이즈 빵집이 말이다.)

2. 야채볶음밥과 소시지구이

냉장고 야채실엔 야채가 고작 양파와 당근만이... 잘게 썰어 준비하고 계란을 스크램블로 굽다 야채를 넣고 볶다 밥을 넣어 완성한다. 육즙을 위해 칼집을 내지 말고 구으라는 소시지 3개를 꺼내 구워내고 반찬 2개를 꺼내 함께 먹는다. 맥주 한 캔 반주를 곁들이면 고독한 미식가가 따로 없다.

3. 유부초밥과 연두부

유통기한이 임박한 유부초밥이 아까워 오늘은 유부초밥! 밥에 소스를 넣고 소고기를 볶아 넣기 귀찮아 죽집의 소고기 장조림을 잘게 썰어 넣어 조물조물 준비했다. 유부피의 물기를 쫙 뺀 후 유부 속을 채웠다. 아침에 바빠서 못 먹고 간 사과를 꺼내 곁들였다.

4. 김치전과 컵라면

비 오는 날이었다. 퇴근 후 지친 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김치냉장고의 신김치를 꺼내 잘게 잘게 가위로 잘랐다. 밀가루를 조금 넣고 계란 두 개를 넣었다. 잘 섞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2개를 부쳐냈다. 부드러운 식감이 싫은 분들은 계란을 넣지 말 것. 냉장고에 오징어나 다른 해물이 있다면 간단히 가위로 잘라 몇 개 투척해 넣으면 훨씬 맛이 좋아질 수 있다. 김치전에 빠질 수 없는 동동주. 여기에 태국에서 보내온 시큼한 컵라면과 함께라면 극락이 따로 없다.

5. 브런치 조식

냉장실에 두 달이나 묵혀있던 모닝빵을 꺼냈다. 계란에 우유를 조금 넣고 스크램블을 만들어 놓고 햄과 베이컨을 구워 담았다. 모닝빵을 레인지에 데워내고 손으로 중간을 잘라 3가지를 넣어 케첩을 뿌려 한입 먹었다. 양상추나 상추 같은 야채 하나 없지만 브런치 흉내는 낼 수 있는 조합. 냉장고에서 잘만 꺼내면 아주 심플하면서도 근사한 식사가 가능하다.

6. 프렌치토스트

식빵을 사선으로 잘라 놓는다. 계란을 풀어 우유를 조금 넣고 섞어 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열되면 식빵에 계란물을 묻혀 구워낸다. 버터로 구우면 더 맛있겠지만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난 그냥 유채유로 간단히 구워낸다. 슈가 파우더로 멋을 내면 좋지만 우리 집엔 절대 없는 재료. 설탕을 싫어하는 나기에 태국에서 보내온 꿀을 시럽 삼아 곁들여 먹었다. 마음만은 태국이기에.

7. 카레라이스

정동원 연말총동원 콘서트 보러 갔다가 만난 분이 주신 일본 고체형 카레. 내일은 카레라이스임을 확신하고 새벽 배송으로 소고기와 양파를 주문했다. 농장에서 수확했던 묵은 감자가 냉장고에 있고 당근이 조금 있으니 가능하겠다 싶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태국에 가지 않은 장인어른께도 갖다 드릴 겸 새해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만들었다. 카레는 야채 손질과의 싸움이다. 잘게 썬 야채에 소고기를 넣어 끓이다가 카레를 넣어 저어내면 끝. 두 끼 해결 가능.

8. 에그포테이토 샌드위치

새벽배송 시킬 때 로메인 상추도 함께 주문했다. 에그포테이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 위해. 감자는 삶아 식히고 계란을 삶은 후 둘 다 잘게 부순 후 잘게 썬 당근을 넣는다. 여기에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린 후 식빵 사이에 발라 넣고 상추를 적당히 넣어 먹으면 끝. 복잡하거나 멋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간단히 만들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9. 간식

기러기 아빠들에게 필수는 과일이다. 계절 과일 약간을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 둘 것. 자칫 많은 양은 상해서 버릴 수가 없으니. 주말 오후 드립 커피 한잔과 과일, 그리고 삼진어묵 그랩어바이트 어묵칩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맥주 한 캔을 곁들인다면 폼 미친 거다.

이제 남은 1주일 배달음식 단 한 번도 없이 무사히 살아내길. 5분 컷 혼밥 요리라면, 그 안에 영양도 챙겨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키고 만드는 거다. 같이 있지 못하면 내가 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이여. 궁상맞다 생각 말고 부디 썰렁한 주방에 온기를 불어넣고 따뜻하게 배를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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