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었다. 그는 좋은 부동산이 없냐고 물었다. 당시 주말에 부산의 모 구역 임장을 다녀온 한 달 후였고, 재개발이 예정된 상가주택으로 가격이 좋은 물건이 있었다. 그에게 알려줬고 그의 아내가 그 부동산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부동산에선 그 물건이 한 달 사이에 1억 원이 올랐다고 했고, 그 부부는 말이 안 된다며 돌아섰다. 그리고 조합장 문제로 말이 많던 그 구역은 리스크가 해결되고 급격히 상승했다. 왜 더 강력히 얘기하지 않았냐고 지금에서야 얘기를 하는 그.
그리고 2년 전 그는 다시 좋은 부동산이 없냐고 물었다. 부산의 또 다른 모 구역의 재개발지 임장을 다녀온 직후였고, 1 주택 이시니 직장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하나 사두시라 했다. 당시 다닥다닥 붙은 3층 다가구 주택이 통째로 2억 원 선이었고 그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집이 너무 오래되었다, 동네가 너무 후미지다. 재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느냐며 진행하지 않았다. 앞전에도 그런 전례가 있던 터라 미리 예상했기에 쿨 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곳은 지금, 대단지, 브랜드 재개발로 4억 원이 훌쩍 넘는 부산에서 가장 핫 하게 진행 중인 곳이다.
그리고 작년, 그는 다시 좋은 부동산이 없냐고 물었다. 재개발 동의서를 받고 있는 부산의 또 다른 모 재개발 구역이었고 4층 상가주택을 추천했다. 지하, 1~3층이 상가에 4층엔 작은 집이 있는 곳이었다. 부동산에 문의하니 아파트 상가에 30평대 입주권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내가 욕심이 갔지만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또한 신중하게 그에게 현장을 가볼 것을 권했다. 주말 현장에 다녀온 그는 또다시 너무 오래된 건물이고, 재개발은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리고 정확히 석 달 후 그 구역은 재개발 사전 타당성을 바로 통과했다.
추천해 드렸던 재개발 예정지 상가주택
꼭 내 말을 들으란 건 아니었지만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알아보고, 돌아보고, 체크해 볼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아쉽다. 그는 실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외에 부동산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머릿속으로만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중역이시니 내가 안타까워할 여지는 없다. 내 오지랖일 뿐...
이런 분이 몇 분 더 계신다. 실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외에 투자로 괜찮은 아파트를 추천해 달래서 추천해준 광안동, 거제동, 사직동 아파트를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석 달 후 그 아파트들은 모두 몇 억 씩 껑충 뛰었다. 물론 부동산 시황이 좋아서 그랬던 것도 있다. 그리고 이후 16개 호실이 있는 통 원룸을 하나 추천해줬다. 맨 위층 주인세대 또한 월세로 임대한다면 월세 수익이 전체 월 800만 원이 나오는 곳이었다. 그는 역시 주저했다. 부산의 명문 중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물건으로 곧 지나 매물을 거둬들였다. 그는 여전히 실거주하는 아파트를 인테리어 해 살고 있고 이젠 부동산은 하락할 거라는 희망을 달고 산다.
또 한분은 결혼을 앞둔 회사의 여직원이다. 재작년, 작년 한참 불장이 었던 상황에서 신혼집으로 부산의 아파트 세 곳을 추천했다. 한 곳은 재개발 이슈는 없지만 곧 오를 여력이 있는 초역세권 구축 아파트,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5층 구축 맨션, 그리고 또 하나는 광안리의 구축 아파트였다. 당시 서면의 괜찮은 아파트를 놓치고 그 사이 껑충 뛰어버린 탓에 상실감이 컸던 그녀는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구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모두 놓쳤다. 초역세권 구축 아파트는 몇 억이 올랐고,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5층 구축 맨션은 1년이 지난 지금 재개발 사전 타당성 접수에 들어갔고, 광안리 구축 아파트 또한 놀라우리만큼 값이 뛰었다. 다행히 그녀는 뒷심을 발휘해 사송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겨우 장만했다.
부동산은 그 어떤 투자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고 수십 번이라도 두드리고 건너야 한다. 실행력이 없는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할 이유보다 해선 안 될 이유를 더 많이 찾아낸다. 그리고 그 이유에 자신의 모든 상황을 대입해서 합리화한다. 그리고 안심한다. 그런 프로세스로 계속 살아간다. 그 위험하고 불편하고 귀찮은 부동산 투자를 대체 왜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몇 억이 올랐다더라, 그곳이 재개발에 들어간다더라 하는 소식을 듣는 순간, 늦은 후회를 한다. 그리고 더 문제는 바로 그다음부터다. 부동산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 부동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나와는 다른 영역의 사람들의 것이라 다시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부동산에서 영영 멀어진다.
자, 이제 이런 루틴을 좀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안 해도 된다. 그저 어떤 지역이 괜찮을 거 같고, 어떤 지역이 재개발이 될 거 같으며, 살기에 어떤 지역이 좋을지. 내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지역에, 어떤 토지를 사게 될 것인지. 이런 사소한 관심,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생각이 모이면 정보가 되고, 지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마저 싫다면 그저 부동산과 내외하며 살면 될 일이다. 그들의 관심이 꼭 나의 관심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