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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말 좀 들을 걸 그랬어요.(2)

또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아서 슬픈 우리에게

by 파란카피

그는 특히 정보가 많은 사람이다. 일의 특성상 두루두루 만나는 사람이 다양하고 듣는 이야기가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아주 가끔 술자리에서 그를 만나면 툭! 부동산 정보를 하나씩을 던져준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귀가 솔깃해 그곳을 직접 찾아간다. 그러곤 초기가 아니네, 극초기여야지, 아니 극극극초기여야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또 돌아선다. 그가 알려준 2개의 지역도 그랬다.


부산 범천동으로 당장 달려가라고 했다. 문현 금융단지 뒤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중심이지만 뜻밖에 후미진 네모반듯한 곳이 있으니 가능하다면 당장 하나 사두라고 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4명의 모임인 대박회 분들과 당장 달려갔고 임장했다. 서면에 가깝고 문현 금융단지가 바로 코앞이고 초등학교 바로 옆에다 범일동 재개발과 더불어 향후 놀라운 변화를 이끌 곳으로 판단되었다.


심지어 이미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다. 기존 시공사와 이견이 생겨 시공사를 바꾸게 되는 타이밍이었고 그래서 더 가치가 높아질게 뻔히 보이는 곳이었다. 임장에 충실해야 하는데 맛집 찾느라 시간을 더 썼고 점심시간이니 부동산도 문을 닫고 점심 먹으러 간 사이였다. 그래도 겨우 한 부동산을 찾아가 물어보니 이미 3억 원에 육박한 입주권으로 물건이 없다고 했다. 여기가 3억? 심지어 물건도 없다고? 그래서 돌아섰다.

지금은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그때 그곳

여기가 왜 3억까지 되었을까? 왜 물건이 하나도 없는 걸까? 더 큰 호재가 있는 건 아닐까? 정도의 반문은 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곤 연락처를 남기고 물건이 나오면 꼭 연락을 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오르면 더 오르겠어, 당장 3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며 우리는 기분 좋게 맛있는 커피를 먹고 빈 손 가득한 임장 활동을 마무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은 1군 건설회사가 시공을 하게 되었고 단 숨에 1억 원이 뛰었다. 그리고 재개발의 허들을 가볍게 뛰어넘더니 이주를 시작하며 평당 2천만 원 분양가에 후분양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옆의 동천이 더욱 깨끗이 정화되고 관람선도 띄워질 거라는 근거 없는 마스터플랜까지 들려왔다. 초기, 극초기에만 반응할 게 아니라 오히려 검증된, 확정된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게 건강, 재테크를 위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뒤늦게 깨달은 사례였다.


그리고 그는 이듬해 또 술자리에서 부산의 대형 쇼핑센터가 두 곳이 이전하는 변화가 있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 그 두 곳은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한 곳은 이전 소식이 가끔 들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리고 이어 대연동의 260세대인 비교적 소규모의 아파트를 당장 달려가서 사라고 했다. 모 국립대의 후문에 위치해 한적하고 가릴 게 없는 조망으로 유명한 아파트였다.


바로 옆에 네임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천중학교가 바로 앞에 딱 있는 학세권이었지만, 부경대 캠퍼스를 정원처럼 쓸 수 있고 푸르른 나무와 정원의 영구 조망 아파트였지만, 진행이 되더라도 소규모 재건축이라고? 몇 세대나 더 분양을 해서 사업성이 괜찮아지겠냐며 또 돌아섰다. 물론 당시에도 4억 원 언저리의 매력적인 시세 또한 아니었다.



그리고 1년이 흐른 지금, 367세대로 104세대의 일반분양이 확정되었다. 평당 1,978만 원 분양가에 H건설 시공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에게 모처럼 연락을 했다. 그때 찍어줬던 그 아파트가 결국 또 이렇게 되었다고. 실행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그의 답은 간단했다. 나도 안 했다. 그러니 2주 후에 다시 만나자고. 이제 아파트는 안 되겠으니 상가주택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해운대의 모 아파트는 작년 초반까지 고전을 하고 있었다. 비교적 저층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40평 후반대의 지금 부산에서 찾기 힘든 대형 평수로 특히 더 오름세가 크지 않는 상황이었다. 물론 분양가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는 집을 내놓았고 몇 달간 연락이 오지 않다가 갑자기 그날 5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이 금액이면 당장 계약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후배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후배 왈 "형님, 지금 거기 팔면 죽을 때까지 거기 다시는 못 들어갑니다!". 가계약금을 받을 뻔한 상황에서 그는 겨우 진행을 하지 않았고, 다음날부터 엄청난 시세 반등이 시작되었다. 몇억이 훌쩍 올랐다. 그를 저지해준 후배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사줘야 할 판이었다.


2년 전 그는 부산 연산동에 사옥 빌딩으로 괜찮은 곳을 좀 알아봐 달라고 했다. 50~100억 사이의 물건으로 당시 서면에서 부동산을 하는 분께 다섯 건의 추천을 받았다. 이런 곳이 이만큼이나? 이 정도면 괜찮네! 하는 자료를 보며 건물 시세와 임대료의 확연한 오름세에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코로나로 임대료의 한계는 있던 터였지만 한해 한해 시세가 달랐고 저세상 텐션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를 통해 빌딩에 대한 정보와 발품, 손품을 팔 수 있었던 걸로 고마웠다. 물론 진행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계기로 연산동의 빌딩을 보면 조금씩 시세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걸어가는 곳곳, 위치와 층수, 임대 상황들을 습관처럼 들어다 보게 된다. 그나 나나 둘 다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아 슬픈 우리다. 2주 후 그를 만나게 되면 좋은 상가주택 물건을 찾아 보여드려야겠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게 부동산이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이미 반은 내 것인 것도 부동산이다. 어떻게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느냐가 부동산 투자의 성패를 가룬다. 난 살 집이 있으니까 굳이 뭘 더해라고 한다면 1 주택에 평생 머물면 된다.


대출 이자가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영끌의 한계치가 임박한 느낌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 컨셉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다가 닥쳐서 허둥대지 말고 현재의 레버리지와 현금화 가능한 자산의 균형을 잘 맞춰 지혜롭게,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높은 이자 앞에 장사 없다. 물론 이러한 난세를 자신만의 호재로 호기롭게 이끄는 영특한 투자자도 많을 것이다. 주저앉아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사전에 대안책을 만들어 대비할 수 있는 스마트한 투자자가 되었으면 한다. 누구보다 특히 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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