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력, 실행력, 인내력, 활용력의 부동산 4박자
아들을 위해서라면
터닝메카드를 컬렉트 할 때가 떠오른다. 모델별로 모두 사 모으고 새로운 모델이 품귀현상을 빚자 마트에 새벽같이 줄을 서서 겨우 구했던 그때가 이미 몇 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온라인 구매가 이젠 더 생활 자체가 되었고 그런 오프라인 구매는 좀 잊어갈 즈음, 포켓몬빵 편의점 대란을 맞게 되었다. 최근엔 포켓몬스터 카드 컬렉션으로 울트라 레어 스페셜 템을 구하지 못해 대체 몇 박스의 카드와 봉지를 뜯었는지 모른다. 결국 원탑 카드는 구하지 못했고 예쁘게 출력해 코팅해 간직할 만큼 컬렉트 니즈가 강한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위해 이제 포켓몬빵 헌팅에 나서게 될 차례다.
100군데 편의점을 순회하다
동네, 회사, 외근 길 편의점을 샅샅이 찾아다녔다. 동네 편의점에 아침 8시에 2개가 들어온다는 점원의 얘기를 듣고선 아침 7시부터 혼자 기다렸는데 자율 오픈 매장이라 8시가 넘어도 문을 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8시 반에 자체 철수해 집으로 돌아오며 한 숨을 쉬었다. 동네 편의점을 모두 돌았다. 한 곳에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회사 점심시간에 편의점을 또 모두 돌았다. 오후 1시에 들어온다고 했지만 단 하나도 구할 수가 없었다. 포켓몬빵에 굳이 인맥을 동원하고 싶은 마음은 또 없었다. 아들 말처럼 공정하지 않으면 법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택도 없는 생각에.
드디어 오늘, 포켓몬빵 4개를 득템 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 분의 인스타에서 동네 마트에 주말에 포켓몬빵이 들어와 득템 하게 되었다는 피드를 보게 되었다. 다음에 또 소식이 들리면 꼭 미리 알려달라 부탁했고 오늘 일요일 아침 일찍, 들어온다는 정보를 급하게 전해 들었다. 오픈 1시간 반 전 이미 대기 순번 10번을 넘어가는 상황, 아침 식사를 겨우 끝내고 오픈런 마냥 달려갔다. 대기번호 40번. 뒤늦게 달려온 아내는 55번. 아침 10시 오픈과 동시에 2개씩 구매가 가능해 4개를 손에 들고선 이게 뭐라고, 또 허탈했다. 기뻐할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집으로 들아와 순식간에 언박싱, 그리고 띠부띠부씰을 확인했다.
포켓몬빵 같은 부동산, 부동산 같은 포켓몬빵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동산이 그렇다. 좋은 물건에 대한 정보력으로 먼저 컨택된다. 그리고 그 물건에 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탐색한 후 빠른 실행력으로 달려간다. 좋은 물건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부동산에 대해 기다림, 인내력이 필요하다. 갖고만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매수는 어떤 방식으로, 비용으로 할 것인지의 전략으로 성공 여부를 달리한다. 포켓몬빵의 구매처에 대한 정보력, 새벽 일찍 오픈런을 위해 달려가는 실행력, 2시간의 기다림 끝에 득템 하는 순간, 언박싱으로 겟한 띠부띠부씰이 중복일 때 같은 씰을 다른 분과 바꿀 수 있는 응용까지.
생각해보니 모든 일이 그렇다.
비단 이런 프로세스는 포켓몬빵, 부동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모두가 적용되는 선순환의 프로세스인 거다. 사적인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직장 생활의 업무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업 진행에 있어서도, 사소한 모임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물론 그 안에서 생기는 돌발적인 변수나 이슈는 당연히 대응해야 할 몫이지만 말이다. 오늘 아침, 아주 사소한 포켓몬빵 소동이 안겨준 너무나 당연한 기획 프로세스 리마인드가 참으로 고마운 순간이다. 아들에게 포켓몬빵과 띠부씰을 선물해 주기보다 이런 프로세스에 대한 기획 마인드를 알려줘야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