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동산 말 좀 들을 걸 그랬어요.(1)

부지런히 실천하지 못해 슬픈 나에게

by 파란카피

돌아보면 주위에 생각보다 부동산 투자 고수가 많다. 널리 알려진 이름보다 보이지 않지만 조용히 혼자 실천하며 성공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은둔 고수 말이다. 그런 은둔 고수 중에 정보를 통한 실천으로 과하지 않게, 무리하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 소유하며, 친구들에게 정보를 나눔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 친구를 잘 둬야 한다.


그 친구는 아침마다 부동산 뉴스 모음을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가끔 네임드 부동산 투자 고수의 강의, 라방 써머리도 잊지 않고 보내준다. 대부분 나의 코멘트는 "고마워!", "완전 땡큐!". 그러곤 대부분 열심히 읽고 사례를 분석하고 물건을 찾기도 한다. 군인으로서 빠른 승진을 이루고 돌연 전역을 해 모 회사의 중역으로 근무 중인 그는 부동산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형의 사업까지 챙기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역 후 부산으로 오자마자 그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처분했다. 당시엔 차익실현이 꽤 괜찮았다. 지금 돌아보니 매도금액에 훨씬 더 올라있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그는 당시 부산 화명동의 막 분양을 끝내고 초기 프리미엄이 상당히 낮았던 모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다. 프리미엄이 2천만 원 언저리였던 그 아파트를 같이 투자해보자고 몇 번을 추천했던 그였지만 잘 알지 못하는 동네일뿐더러 당시 신축 분양권을 하나 갖고 있던 터라 실천하지 않았다. 친구 혼자 프리미엄을 더 낮춰서 계약했고 작년 입주 시점, 전세를 줬다. 지금은 물론 수억의 프리미엄으로 친구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인연이 아니었을 뿐. (애써 침착)


그리고 그는 부산 광안동의 모 아파트 40평 대를 부산으로 오자마자 바로 계약했다. 당시 살짝 부산이 조정을 받고 있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매수 타이밍이라고 확신하기엔 어려움이 있던 때였다. 바다 바로 앞의 아파트는 해풍이 심해 습하고, 가전제품도 오래 가질 못해.라는 부산 사람들만의 근거 없는 해안가 부심이 있지만 그는 바로 계약했고, 지금은 매입가의 두배가 되었고, 실거주 중이다. 꽤 거주에 만족하며 주말마다 민락 수변 공원, 광안리 해변가에서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며 인생을 위무한다. (일요일이었던 어제도 수변공원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연락이 왔다.)


부산 화명동 아파트 투자를 하지 않은 내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남동구의 모 지역에 반지하 빌라 하나를 사두기를 권했다. 부산도 모자라 인천이라니... 하지만 그 지역에 대해 열심히 팠고, 물건도 5개를 리스트업 해 현지 부동산과 소통하며 범위를 좁혀갔다. 직장 생활로 임장을 가지 못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내 것이 되지 못한 핑계에 불과하다. 결국 내 것이 아닐 수밖에 없는 열 가지도 넘는 이유를 만들고선 리스트를 지웠다. 이후 그 지역은 재개발 소식이 들리며 물건들이 빠르게 소진되어 갔고, 지금은 두배의 매입가로 올라섰다. 인알못(인천을 잘 알지 못하는)이니 어쩌겠어. 하며 또한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리고 그는 서울 강북구의 모 지역, 인천 연구수의 모 지역, 경기도 평택의 모지역 반지하 빌라, 혹은 갭 낮은 구축 아파트를 당장 알아보라고 했다. 검색이 몇 개 밖에 되지 않는 극초기였고 주말이었던 그날 지역 분석에, 물건 서치에, 부동산 통화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또 갭으로 가능한 잘 생긴 물건 리스트업을 하고선 여지없이 돌아섰다. 고구마 만개는 더 먹은 느낌이었을 친구를 뒤로하고. 더 이상의 레버리지(대출)에 대한 부담이 싫고, 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의 부동산에 대체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냐는 와이프의 귀 따가운 잔소리를 견뎌내지 못하고.


하지만 친구의 권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산에 한참 재개발 화가가 활약을 이어가던 작년 광안동의 극초기 재개발 구역을 유심히 보라고 했고, 해운대 달맞이 소형 빌라 또한 당장 달려가서 계약하라고 했다. 부산 사상이 향후 서울 청량리에 맞먹는 교통 특구가 될 것이니 노후된 공장이나 작은 물건도 챙겨 보라고 했다. 최근엔 지식산업센터가 대세가 될 것이니 서울의 성수동이 아니면 부산의 지식산업센터라도 관심을 가지라고 귀가 따갑게 얘기해줬다. 마치 루틴처럼 나는 광안동, 해운대 달맞이, 사상에 임장을 갔고, 물건을 찾았고, 부동산에 문의했다. 그리고 지식산업센터는 무엇이고, 어떤 메리트가 있고, 어떤 절차로 계약, 투자가 가능한지도 모두 체크했다.

KakaoTalk_20220411_055957918_01.jpg
KakaoTalk_20220411_055957918_02.jpg
KakaoTalk_20220411_055957918_03.jpg 임장을 생활처럼, 생활을 임장으로, 흔한 주말 임장 풍경

그리고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내 기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투자의 확장성에 있어서 늘 한계를 느끼던 시기였고, 시기이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투자를 해서 다 만족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공부했고, 배웠고,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아픈 후회를 장착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맞는 옷과 어울리는 옷이 있다. 좋아하는 옷이 다 맞거나 어울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옷을 수선을 통해 일부 소재를 바꾸거나 사이즈를 줄여 딱 맞게, 어울리게 만들 수는 있다. 부동산이 그렇다. 나에게 맞는, 나를 위한 부동산을 평소에 정보를 통해 찾고, 분석하고, 공부해 그중에서 현실적으로 매수 가능한, 미래 차익 실현이 큰 부동산을 찾는 과정을 루틴처럼 반복해야 한다. 또한 그 주체는 분명 자신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권유, 추천도 좋지만 자신이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 때 내 포트폴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 친구는 여지없이 뉴스를 보내주고, 소식을 전해줄 것이다. 이제는 좀 더 유연하게, 그리고 신속하고, 근시안적으로 정보를 마주해야겠다. 친구 말 좀 잘 들어야겠다. 비록 내 것이 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친구를 위한 꿀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해야겠다.

keyword
이전 02화헤어날 수 없는 부동산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