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사랑, 공평하지 않게 나누고

금일기

by 심풀

8월 1일, 금요일 아침이에요.

집 뒷편 비닐 하우스에 참외와 애플수박을 심어두었어요.

지난 해부터 이태째 참외와 수박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삼일에 한 번 씩 남편과 함께 비닐 하우스를 들러 거친 잎사귀 사이에 숨어있는 노오란 참외를 보물찾기하듯이 챙겨오고 있어요.

참외 잎사귀는 거칠고 억세어 맨손으로 만질 엄두를 내지 못해요.

하여 아무리 바빠도 언제나 빨간 면장갑을 꼭 끼어야 해요.

홀로 다녀와도 충분한 참외밭이지만 굳이 남편과 둘이 다녀오려는 이유는 뱀때문이에요.

엊그제 참외 하우스에 다녀오던 길에도 버젓이 농로길을 가로질러서 이웃의 밭으로 도망치는 갈색 뱀의 뒷태를 목격해야했거든요.

에스 자로 몸을 꺽어가면서도 어찌나 날렵하게 기어가는 지 멀찌감치에서 보면서도 소름이 쫘악 끼쳤어요.

몸피가 풀빛이 아니라 나무색에 가까운 갈색이라서 상식적으로 독사일 가능성도 높아보였고요.

머리통까지는 세세히 볼 수 없었던 거리인지가 확인할 수는 없었어요.

뼛속까지 시골사람인데도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뱀인지라 길 바닥을 예사롭지 않게 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길쭉한 것은 모두 의심하는 병 아닌 병이 몸 속 깊이 자리잡은 것 같아요.

어느 땐 지렁이가 널부러져 있으며 지렁이 인줄 빤히 알면서 그 모습 마저도 반갑지 않을 정도에요.


KakaoTalk_20250731_092226448.jpg?type=w773 노오란 참외가 숨어☆


비닐 하우스는 햇살이 비추면 거의 타들어갈 듯 무더워요.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온 몸에서 비오듯 땀방울이 흘러내리고요.

사우나에 들어가는 기분이 따로 없어요.

무더위를 피해 서둘러 비닐하우스에 다녀와야 하니 짧은 아침시간은 그야말로 눈코뜰새가 없는 셈이이에요.

KakaoTalk_20250731_092242184.jpg?type=w773 애플 수박이 대롱대롱☆


참외와 수박은 줄기를 타고 뻗어가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요.

하여 바닥에 열매가 맺히면 무르듯이 상할 수도 있어서 망을 길게 설치해 두었어요.

실제로 지난해는 땅바닥에 숨어있다가 쉬이 물러 버렸던 참외도 있었고요.

위의 사진처럼 줄기가 타고 올라가면서 고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가 수확하기에도 수월하고 몸집을 키워나기는 데도 적당해요.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종자개량의 새 바람을 불러왔어요.

기존의 큼지막한 수박이 아니라 한번에 먹기 좋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진 것이지요.

말하자면 한 손에 쏘옥 들어올 정도의 애플수박말이에요.

껍질도 두툼하지 않고 얇으면서도 오래 보관할 필요가 없어서 나름의 미덕이 있어요.


KakaoTalk_20250731_092151084.jpg?type=w773 소쿠리 속에 담아서♪

거둬들인 참외와 수박을 눈대중으로 골라내는데, 남편이 불쑥 한 마디를 하는 거에요.

"참외를 골라 낼 필요가 뭐 있나요?"

자급자족, 식구들이 먹을 을 만큼 짓는 농사일이니 맞는 말이었어요.

"아~, 아버지하고 막내 몫으로 제일 좋은 것을 먼저 꺼내놓으려고요."

그 말에 남편이 하지 않던 투정어린 말을 건넸어요.

"그럼 당신과 내 몫은……."

예상밖의 말을 듣고는 잠깐 응답할 말을 금방 찾아내지 못하였어요.

왠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아픈 아버지하고 어린 막내아이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서요.

당신하고 나는 제일 좋은 것은 아니고 그냥 좋은 것 중에서 먹는 걸로 해요."

어쩐지 남편에게 살짝 당황스럽고 민망하여서 얼버무리듯 좋은 말을 둘러댔어요.

그 말에 더는 말꼬리를 잡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 다행스러웠고요.

과일의 당도를 선별하는 것도 아니고 좋고 나쁜 것의 기준도 사실 애매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에요.

눈으로 봐서 색이 진하고 반듯한 모양새를 띤 것을 골라 놓으니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나눠놓거든요.

어떤 게 더 맛이 좋을 지 정작 장담할 수도 없어요.

애당초 좋고 나쁨의 기준이 무에 필요할까.

상품으로 내다 팔 일도 없는 일에 말이에요.

가장 가까이에서 큰 힘을 주는 남편에게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을 내어줘도 시원치 않지요.

그럼에도 아픈 아버지와 어린 막내아이에게 먼저 마음이 쓰이는 거예요.

그런 이유로 남편은 상대적으로 버젓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불평할 줄 모르는 선한 심성을 지닌 남편이라 내 마음과 같으려니 하고 살아요.

(가끔 찔끔하면서 아닌가 싶어 눈치를 슬쩍 볼 때도 물론 있지만요)

가족간에 사랑을 자로 재듯이 딱 맞춰 둘 순 없지요.

공평한 사랑을 공평하지 않게 나누고 살아가고 있어요.

하는 수 없다하면서요.

남편과 내 몫은 가장 나중으로 미루고 미루면서도 기쁜 마음은 늘어날 뿐 결코 줄어들지 않아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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